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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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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인 귀 틀어막은 '사형집행'·'구속' 외침

2022-10-26 15:11

조회수 : 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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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 사형 집행. 구속하라. 구속하라."
 
지난 22일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세계도시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2일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중구 무교동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를 즐기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다. 버스 기사는 교통난이 발생해 도저히 진입할 수 없으니 시청 쪽으로 가는 승객들은 모두 내리라고 했다. 축제로 인파가 몰리면서 접근이 어려운가 싶어 들뜬 마음으로 하차했다.
 
그러나 을지로입구에 다가서자마자 소음이 먼저 귓속으로 파고 들었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는 정치인을 규탄하는 구호가 쉴 새 없이 들렸다. 길을 걷는 이들 모두 인상을 찌푸릴 정도였다. 아무래도 이런 소음과 행진 속에서 축제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다 속는 셈 치자 하며 시청광장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그 와중에도 시청광장과 인근에서는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3년 전처럼 많은 외국인들이 거리를 메운 채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한 외국인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리듬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음악이 아닌 굉음 같은 집회 소리에 맞춘 이 춤사위를 바라보고 있자니 표정관리 하기가 어려웠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세계도시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는 세계 도시와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다문화 교류 축제로, 각국의 다양한 음식부터 재미있는 전통놀이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이색 축제다. 국적불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대형 축제다. 문화 교류는 물론이거니와 각국의 섬세한 제품을 살펴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자리다.
 
이번 행사에는 47개국 주한 외국 대사관이 참여했다. 37개국 세계도시 음식전과 34개국 세계도시 관광홍보전, 10개국 월드 버스킹 문화공연, 13개국 세계 전통의상 체험전, 9개국 세계 놀이 체험전이 진행됐다. 이 모든 행사는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의 집회 소리를 배경으로 진행됐다.
 
전 세계인들이 함께하는 축제여서 민망함은 배가 됐다. 물론 집회의 자유는 국민이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다. 또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집회는 때때로 이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의 시위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었고, 간만에 치러진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듯해 아쉬운 마음이 컸다. 축제를 위해 준비한 수많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 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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