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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라떼는 안 그랬는데

2022-10-05 17:08

조회수 :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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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왜 그러나 몰라."
 
얼마전 친했던 전 직장 부장과 동료 언니를 만나 회사 얘기를 하는데 이런 얘기들을 한다. 온지 몇달 안돼 다른 부서 신입사원이 결혼을 하게 됐는데 부장인 본인이 없는 자리에 청첩장을 놓고 가서 당황스럽다는 얘기다. 얼마나 급했으면 청첩장을 그것도 부장 직급의 직원에게 얼굴도 안보고 놓았을까 싶었다. 
 
해당 신입사원은 다녀와서 감사 떡을 돌렸다는데 이번엔 자리에 없다고 떡을 본인만 건너뛰어 속상했다고 얘기한다. "축의도 했는데 결혼식 직접 안갔다고 나를 무시하는건가"라며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하소연을 하신다. 옆에서 듣던 다른 지인은 신입에게 업무를 분담하며 잘못된 점을 정정해주고 다시 하라고 좋게 얘기했다는데, 그 사원은 "전 잘못한 게 없어요. 제가 생각할 땐 이게 맞아서 고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정정하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반박해 답답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얘기의 중심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있다. '라떼는 안그랬는데'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행동을 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당당하고 뒤끝없어 좋아보이기도 한다. 그간 상사의 눈치를 챙기며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 분위기를, 이런 후배들이 늘어나면 이 참에 깨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사실 MZ도 상처 받는다. 친한 후배는 상사가 일에 대해 묻자 최대한 예의 있게 "저는 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처리했습니다. 말씀해주신 점 유념해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오히려 상사는 "나한테 반발하는 거야"라는 꾸짖어 맘이 상했다는 얘기를 한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조차 못하게 만들어 속상했다는 말에 공감이 됐다.
 
위 사례는 곰곰이 따지고 보면 MZ세대건 라떼세대건 그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직접 터놓고 얘기하면 해결될 일인데, 서로가 오해받을까 끙끙거리고 그냥 서운함을 쌓아놓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문제의 시작은 대화를 안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서로가 서운함에 대해 얘기를 못하니 상대방의 입장을 알 리가 없는 것이다. 얘기를 해도 서로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아 결국 예의를 차리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서로의 말을 결국 안듣고 '내가 맞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이해시키려 하는 태도는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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