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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끝날 때까지 안 끝난’ 노조 문제

하청노조 파업 종료 한달…더딘 고용승계에 단식농성

2022-08-21 09:00

조회수 : 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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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 노조 파업 종료 한 달이 지났지만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하청 노조는 조합원 고용 승계 문제 해결을 위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원청에선 금속노조 탈퇴안 부결에 대해 일부 조합원이 이의를 제기해 갈등 봉합이 요원하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식 농성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 지회장은 지난 18일부터 나흘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강인석 부회장은 22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사내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강 부회장의 단식은 당초 19일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바꿨다.
 
거통고지회는 지난달 22일 파업을 마치면서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협의회 측과 조합원 고용 보장에 합의했다. 파업 기간에 폐업했거나 예고한 4개 업체 조합원 47명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약속으로 합의문에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후 삼주와 수호마린에서 총 5명 고용을 승계했다. 반면 폐업한 진형에서 성루로 31명, 혜성에서 현진으로 11명이 옮겨가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는 해당 문구가 불확실하지만 교섭 위원 간 합의가 구체적이었는데도 하청과 원청이 고용승계 의지를 보이지 않아 공론화를 위해 단식에 돌입했다는 입장이다.
 
19일 단식 농성 텐트에서 만난 김형수 지회장은 “휴가가 지나면서 우려했던 부분이 드러나고 있다”며 “(하청 사측이) 승계를 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라고 말은 하는데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없던 인력을 추가 고용하라는 것도 아니고 기존에 일하고 있던 사람들인데 고용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한편으로는 조선소에 일 할 사람 없다면서 한편으로는 노동자를 해고하고 투쟁으로 합의한 부분이 이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청 사측은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대로 고용 승계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권수오 사내협력사협의회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그 ‘노력한다’는 의미 속에는 완전한 고용을 전제로 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지금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합의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에 단식투쟁을 한다’는 건 안 맞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사내협력사협의회에 따르면, 성루는 진형 출신 조합원 31명에 대한 면담을 하고 있다. 사측은 3개월 기간직 고용 후 근태를 평가해 정규직을 전환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현진의 경우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노노 갈등’이 심해 혜성 출신 조합원 고용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대우조선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 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청 내 갈등도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내 제조직 ‘민주노동자협의회(민노협)’를 포함한 일부 조합원이 최근 금속노조 탈퇴안 부결에 대해 부정투표 의혹을 이유로 노조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신청했다.
 
민노협 측은 “부정투표에 관한 이의제기를 했다”며 “선관위의 전수조사 등 절차가 남아있을텐데 일주일 안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의 신청 접수 후 5일 안에 조사해 결론을 내야 한다.
 
앞서 대우조선지회는 지난달 21~22일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조직형태 변경 건'에 대한 35-2차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다. 같은달 22일 개표 도중  '뭉텅이 표' 의혹이 일자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무효와 재투표를 선언했다. 당시 같은 부서 투표함에서 나온 '빳빳한(안 접힌)' 투표용지 10장을 모아 보니 일련번호 순서가 이어져 있어 문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대우조선지회 집행부는 개표 재개를 통한 민의 확인을, 투표를 주도한 민노협은 재투표를 주장하며 대치하다 재개표에 합의했다.
 
지난 16일 개표 결과 찬성 52.7%(2226명)에 반대 46%(1942명)로 가결 조건인 66.67%(2817명)을 채우지 못했다. 무효표는 1.3%(57명)다.
 
노조 집행부에 따르면 재개표 당일, 나머지 투표용지에 대한 이의제기는 없었다.
 
문제된 투표 용지 모두 무효표에 포함돼 있어 이의제기의 실익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거론되는 조사방법도 현실성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우조선지회 측은 “부정투표를 주장하는 쪽은 선거인 명부 서명을 일반 서명과 비교해 차이를 찾겠다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며칠 안에 결론 내릴 수도 없는 문제고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민노협 역시 이번 문제제기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고 있다. 민노협 측은 “아마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속노조 탈퇴 투표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과 관련해 금속노조가 제역할을 못했다는 책임론에 힘입어 조합원 1740명 동의로 진행됐다. 복수노조를 막기 위해 반대표로 부결시키자는 투표 독려 운동도 있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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