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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합의냐 고립무원이냐…이준석의 시간은 '사흘'

이준석,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의힘·주호영' 상대로 가처분신청 제출

2022-08-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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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반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현직 당대표가 소속 정당을 상대로 법적 투쟁에 나서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 대표는 오는 13일 기자회견도 예고한 상태.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대위 전환의 부당성과 절차적 하자 등을 지목하며 자신을 "내부총질 당대표"로 규정한 윤석열 대통령에 맞설 계획이다. 사실상의 전면전으로, 국민의힘은 사태 수습이 아닌 내홍만 키우는 꼴이 된다. 일각에서는 이 기간 이 대표와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담판을 갖고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가처분신청의 이득이 크지 않은 데다 주 위원장도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한 상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처분신청을 전자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가처분신청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됐다. 채권자는 이준석 대표, 채무자는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5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주 위원장이 비대위원 인선을 마치고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키면 이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된다. 그간 이 대표는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비대위 전환이 자신을 축출하려는 '당권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배후는 윤 대통령, 실행자는 '윤핵관'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가처분신청 내용은 전국위가 의결한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을 포함해 비대위 출범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도록 포괄적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처분신청을 전자로 접수했다"라고 밝혔다. (사진=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전환에 대한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이 대표 측은 "비대위 성격과 존속 기간은 부차적 문제"라며 "이 대표가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후 비대위가 속전속결로 출범해 당대표 직을 상실하게 된 과정 자체가 정당 민주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이 대표가 지난 8일 새벽 윤리위 징계로 당원권이 정지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는 자리다. 이 대표가 자신을 "내부총질 당대표"로 규정한 윤 대통령과 비대위 전환을 서두른 윤핵관을 향해 어떤 비판을 쏟아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20%대로 주저앉은 대통령 지지도와 민주당에 역전당한 당 지지율은 상대 반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만큼 지금의 이 대표에게는 호재다. 
 
동시에 이 대표의 셈법도 분주해질 걸로 보인다. 고민의 지점은 가처분신청의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것. 이 대표는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피하려고 애썼다. 의원총회를 통해 당이 처한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했고, 최고위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을 의결했으며,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결 등의 순서로 당헌 개정과 비대위원장을 선출했다. 서병수 전국위 의장이 지난 9일 전국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법적 대응은)예상한 일"이라며 "당헌·당규에 따라 과정 등을 세밀히 진행했다"고 말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게다가 그의 우군들도 "비대위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하나둘 발을 빼며 법적 대응 자제를 촉구, 이 대표의 부담을 키웠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9일 오전만 해도 기자회견을 통해 가처분신청에 나설 계획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오후 들어 "가처분신청에 관해 법적 자문을 받았지만, 저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기자회견 자체를 취소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이제 더는 거대한 정치적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며 비대위 전환에 사실상 굴복했다. 심지어 이 대표가 '나는 국대다' 프로그램을 통해 발탁한 박민영 대변인은 청년대변인으로 대통령실에 합류할 예정이다. 박 대변인은 "가처분이 인용돼도 당정 혼란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고, 기각되면 정치적 명분을 상실할 것"이라며 이 대표의 자중을 촉구했다. 
 
10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선 이 대표의 강경 대응이 온건파인 주 위원장을 겨냥한 물밑 접촉용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가처분신청의 득실을 판단하지도 않고 강행했을 리 만무하고, 법원 제출 사흘 뒤에야 기자회견을 하는 건 그 사이에 '딜을 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당내에선 일부 강성을 뺀 나머지 의원들은 정치적 해결을 통해 이 대표와의 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주 위원장은 9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정치적 문제가 사법적 절차로 가게 된 게 매우 안타깝다"며 "빠른 시간 내 이 대표에게 연락을 해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주 위원장은 이튿날에도 "다각도로 이 대표에게 접촉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만남은 결국 이 대표 측에서 결심을 해야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했다.
 
반대로 이 대표의 승부사적 기질을 감안할 때 여론전을 통해 2030 우군을 최대한 결집시켜 다음 전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또 다시 당권 접수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특정 주자와의 연대를 통해 당을 윤핵관으로부터 분리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힐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된 '신당 창당설'은 전면 부인했다. 당내 투쟁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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