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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민심탐방)민주당, 충청 보루 '세종'마저 위태

"이젠 바꿀 때"·"세종 발전하려면 여당 후보"…젊은 세대는 "그래도 민주당"

2022-05-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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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정권도 바뀌었으니까 세종이 발전하려면 우리도 대통령을 따라가야 여를(여기를) 밀어주겠지." "이번엔 바꿔야지, 안 그래유?"
 
민주당의 충청권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세종. 세종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충청지역 중 유일하게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곳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돼 왔다. 20대 대선 득표율을 보면 대전 윤석열 49.55% 대 이재명 46.66%, 충남 윤석열 51.08% 대 이재명 44.96%, 충북 50.67% 대 이재명 45.12%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앞섰다. 다만 세종에서는 이 후보가 51.91% 지지를 받아 윤 후보(44.14%)를 7.77%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2014년 이후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도 세종은 항상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세종시장과 시의회 18명 의원 중 17명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6·1지방선거에서도 무난하게 민주당이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세종의 판세가 달라졌다. 세종시장 자리를 놓고 이춘희 민주당 후보와 최민호 국민의힘 후보가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현역 프리미엄도, 과거 투표 성향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난 21일 시민들이 세종호수공원에서 가족들과 주말을 즐기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1일과 22일, 주말을 맞아 <뉴스토마토>는 세종을 찾아 민심을 들어봤다. 3선에 도전하는 이춘희 후보에 대한 지지보다는 "이제는 바뀔 때"라는 목소리가 더 강했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역 프리미엄보다는 집권여당 프리미엄이 강했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이춘희 시장이 잘했다고 보긴 어렵쥬. 끝까지 고민할 것 같어. 어려워"라며 난색을 보였다. 50대 여성 백모씨는 "(이 후보가)행정수도를 완성시키든, 뭔가 새롭게 한 게 있어야 되는데 두 번 할 동안 그런 게 없었다"며 "이번엔 좀 바꿔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세종시 한 쇼핑몰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그래도 여가(여기가)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민주당 지지층들이 많긴 허지. 우리 딸은 뭐든 무조건 민주당이여"라며 세대별로 다른 민심을 전했다. 세종시 호수공원에서 친구들과 모처럼 나들이를 즐기고 있던 20대 여성 두 명은 "지방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도 "그래도 민주당을 찍을 것 같다"고 답했다.
 
세종호수공원 놀이터에 5살 아이와 함께 나온 30대 여성은 "아직 고민 중"이라면서도 "좀 바뀌어도 되지 않나 싶다"고 했다. 또 "이제 세종이라고 민주당을 밀어주는 기류는 확실히 많이 약해졌다"고 했다. 세종살이 6년 차인 30대 부부는 "변화가 좀 필요하다"면서도 "그래도 아직 맘카페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해서 어디 가서 말 못한다"고 했다.
 
지난 21일 시민들이 세종종합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여론조사도 과거와는 기류가 다름을 보였다. 지난 20일 발표된 뉴스더원·한길리서치(18~19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최민호 45.6% 대 이춘희 42.1%로 나타났다. 19일 발표한 대전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17~18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최민호 37.9% 대 이춘희 40.3%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중 이 후보가 앞선 유일한 결과였다. 18일 발표된 대전인터넷신문기자협회·한길리서치(16~17일 조사) 조사는 최민호 45.3% 대 이춘희 41.1%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초 세종을 우세지역으로 분류했던 민주당 자체판단과는 결이 달랐다. 
 
세종호수공원에서 만난 50대 여성 조모씨는 "정권도 바뀌었으니까 세종이 발전하려면 우리도 대통령을 따라가야 여기를 밀어줄 것 아닌가"라며 "당 지지 여부 상관없이 추세를 따라가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양모씨도 "좀 균형을 맞춰야지"라며 새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조치원역 앞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대통령이 국민의힘이라 국민의힘이 돼야 여기도 발전이 되고 그렇지. 민주당이 되면 뭐 서울서 여기로 내려오겠냐"며 행정수도 이전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당 후보가 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구도심 시민들은 이춘희 후보에 더욱 차가운 평가를 보냈다. 조치원 토박이라고 소개한 50대 택시기사 백모씨는 "옛날에는 여(여기) 시골도 돌아가메 선거운동도 하고 그랬는데 인자는(이제는) 오지도 않어. 도심만 챙기면 이기니까 시골사람은 아무 소용 없단겨"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무조건 이춘희가 되는 줄 알았다가 박빙이니까 이제 와서 정세균하고 이재명 온다데? 그게 뭐여. 잘못한 것 확실히 마무리 짓고 깨끗하게 나왔으면 박수라도 쳐주지. 도움 하나도 안돼"라고 비판했다.
 
세종전통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최씨는 "이춘희 시장이 거기(신도심)는 몰라도 여기(조치원)는 신경을 별로 안 썼지. 읍면 동네는 그냥 무시한겨 신경도 안쓰고. 잘못한 거지"라며 "아름동이나 도담동 같이 사람들 많은 데만 신경쓰고. 쉽게 얘기해서 '너네들 표 안 찍어도 여기(세종)다 먹을 수 있다' 식으로 해서 여태까지는 되긴 혔는데 그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이 돌아섰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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