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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기자 재산이 얼마냐구요?…윤석열정부 신원진술서 유감

2022-05-05 12:06

조회수 : 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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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부동산·동산·채무)은 얼마인가?, 친교 인물의 직업은?,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은?
 
윤석열정부에서 대통령실에 출입하게 될 기자들은 지난 3일 재공지된 신원진술서를 받아들고 황당함을 금하지 못했다. 본인과 배우자, 부모의 직업과 직책 기재 란까지 있었다. 기존 청와대를 출입할 때도 신원진술서나 서류는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기자의 재산공개나 친교 인물의 연락처까지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기존 청와대보다 보안이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과도한 신상털기 수준의 신원진술서를 받아든 기자들 입장에서는 불쾌감까지 들었다. 윤 당선인 측이 주장하는 보안과 기자들의 재산 상태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신원진술서에는 정당·사회 단체 활동 목록도 추가됐는데, 기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함이란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 정도면 취재활동을 하는 기자에게 묻는 신원진술서가 아니라 공직자들에게 요구되는 검증이었다. 초대 내각 인선에 대한 검증을 이 정도 했으면 부실 논란은 없었을 것이란 비아냥까지 나왔다. 
 
신원진술서에는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보안업무규정'에 따른 신원조사를 실시할 수 없어 임용(채용)·비밀취급인가 등에 제한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적혔다. 아니나 다를까 국정원 임용 예정자에게 받는 신원진술서 양식과 동일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자들에 대한 신원 검증을 국정원에서 맡고 있다는 의심이 당연히 제기됐다. 국정원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명백한 민간인 사찰로도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사안이다. 
 
신원조사를 위해 수집되는 개인정보 항목에도 민감한 사항이 다수 있었다. 기자 개인에게는 △출입국 자료 △토지·주택자료 및 자동차 등록원부 △소득 및 개인·법인 사업자 자료 △병적 자료 △금융기관 대출자료 등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요구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데 내 소득이 얼마인지 대출은 얼마 받았는지 알려야 하며, 무엇보다 가족에게도 동일한 사항이 요구됐다. 
 
반면 국회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위원 후보자들은 자료제출 거부로 민주당의 강한 항의를 받아야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조차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검증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MZ세대"로 답했다. 개인정보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인 자녀의 거부와 반대를 꺾을 수가 없었다는 해명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당선인 대변인실은 재산·친교 인물·북한 거주가족 기재란 등이 빠진 진술서 양식을 재공지했지만, 새 정부의 언론관에는 이미 지독한 회의가 든 뒤였다. 출입기자 등록을 위해 새로 규정을 둔 협회 회원사 추천서나 회원사임을 증빙하는 서류는 제대로 된 양식도 공지하지 않았다. 'ㅇㅇㅇ 기자를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입기자로 추천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고만 전달받았다. 소속 언론사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추천서를 내라는 것인데, 이런 요식행위를 왜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새로 요구하는 자료가 생긴 데다 첨부 서류가 많고 시일도 촉박해지면서 기자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문재인정부(첨부서류 4개)보다 많은 7개 자료를 요구하면서 2일부터 5일까지 서류를 받기로 했다. 그러다 3일 과도한 신원진술서를 재요구하다가 항의 사태가 빚어졌고, 자료를 준비할 시한은 더욱 촉박해졌다. 단체 대화방에서 시일을 연기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은 묵살당했다.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도 충분한 협의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이번 신원진술서 논란이 가져온 언론 통제와 편가르기에 대한 의심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이른바 메이저 언론과 마이너 언론을 언급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려면 메이저 언론에서 하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편협한 언론관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를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윤석열정부가 성공하길 기원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그러해야 한다. 그 첫 시작은 일방적 지침이 아닌 쌍방향적 소통이며,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비판도 겸허히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더욱이 견제와 감시, 비판은 언론의 사명이다. 문재인정부가 비판에 귀를 닫고 원팀만 강조한 끝에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사실은 새정부가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한 교훈이다. 
 
정치부 국회팀장 임유진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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