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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재계 "국민연금 대표소송 결정 주체 일원화, 정치적 남용 우려"

8개 경제단체,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관련 토론회 개최

2022-04-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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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민연금기금이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일원화하는 내용으로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수책위에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위법 소지가 있고, 대표소송이 정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경제계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20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이대로 괜찮은가'란 주제로 공동 정책토론회를 열어 대표소송을 포함한 수탁자책임 활동의 법적 근거 마련과 위법한 현행 지침의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대표소송을 추진해 보기도 전에 결정 권한을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이 다수를 점한 임기 3년의 비상설 기구에 맡기는 이유는 자명하다"며 "대표소송 제기로 기업과 그 주주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장기간 소송에서 패소해 기금 손실이 나더라도 정부와 국민연금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 의뢰로 법률 자문을 수행한 조현덕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국민의 신탁재산으로 주식을 취득해 국내 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은 곧바로 국가가 사기업 경영에 개입·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는 헌법 126조의 취지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대표소송 제기를 통해 대상 기업의 기업 가치가 제고된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 없고, 학계에 일치된 견해가 확립된 바도 없다"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 가치 제고로 인한 이익이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익으로 귀속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지 않아 이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지정토론에서 "수책위 위원은 금융·투자 전문가가 아니란 점에서 장기적 수익성을 고려해 대표소송을 판단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검토·심의 권한만 부여된 수책위에 대표소송과 주주제안 결정을 일임하는 것은 책임과 부담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수책위 위원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표소송과 주주제안이 정치적으로 남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이 실제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사례는 1%에 불과하며,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수탁자책임 활동은 그 방향과 내용을 외부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8개 경제단체가 주최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이대로 괜찮은가'란 공동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대표소송은 패소할 경우 피고의 소송비용은 물론이고 회사가 입은 손해마저도 국민연금이 배상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큰 소송"이라며 "최소한 대표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국민연금이 배상한 손해액을 수책위 위원들에게 구상할 수 있다는 규정만이라도 국민연금법에 도입돼야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부당하게 사용되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도 수책위와 관련해 "기금운용본부에 비해 이해집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3분의 2가 비상근으로 이뤄져 다각도의 영향 분석보다는 개인적 판단에 좌우될 소지가 크다"며 "의사결정의 결과와 기금의 수익성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경제계는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의 위법성을 검토한 이번 법률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지침 개정 논의를 지켜보면서 지침의 전면 개정 요구, 공익감사청구 등 법적 대응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1월10일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관련 절차와 결정 주체 등 중요 사항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남소 방지를 위한 대상 사건 제한과 소송 실익 검증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24일과 올해 2월25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책위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기금운용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추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 지침은 기금운용본부(투자위원회)가 원칙적으로 결정하되 판단하기 곤란해 수책위에 결정을 요청하거나 수책위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회부를 요구한 경우 수책위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 지침(안)은 소송 관련 실무는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고, 소송 제기 결정은 기금운용본부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수책위가 결정하도록 한다. 다만 지침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필요 시 기금 운용에 관한 최고 정책 결정 주체인 기금운용위원회는 결정 권한이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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