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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임상 데이터만으로는 FDA 면역항암제 승인 어렵다

릴리, 면역항암제 임상 중국서 수행…FDA, 승인 거부

2022-03-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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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릴리와 이노벤트가 중국에서만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면역항암제 승인 보완요구서한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미국 기업 일라이 릴리가 중국 기업 이노벤트와 공동 개발한 PD-1 면역항암제 '신틸리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승인 신청 이후 보완요구서한(CRL)이 발급된 것이다.
 
지난달 FDA 종양약물자문위원회(ODAC)는 'ORIENT-11'로 명명된 신틸리맙 임상시험 3상이 중국에서만의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고 단일국가 임상 결과가 이질적인 환경에서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승인에 부정적 의견 제시했다.
 
보완요구서한이 나온 배경은 중국에서 치러진 임상과 미국 내 표준치료법의 차이다.
 
ORIENT-11 임상에선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의 초기 치료에서 화학요법과 PD-1 억제제인 신틸리맙을 병용한 경우와 화학요법 단독요법만을 비교했다. 임상과 달리 현재 미국에서는 '키트루다'가 표준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임상 참여 환자에서 미국 폐암 환자보다 젊고 남성이 더 많았으며, 흡연자가 적은 환자 집단으로 구성된 점도 차이점이다.
 
또 대부분의 이전 PD-1 항체 연구가 전체생존기간(OS)을 1차 평가지표로 사용한 반면에 L릴리와 이노벤트는 무진행 생존(PFS)을 1차 평가지표로 설정했다.
 
릴리는 높은 약가인 면역항암제를 약 40% 할인해 신틸리맙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제시, 승인을 요청했으나 FDA는 승인 검토시 약가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7개의 항PD-(L)1 가격은 각각 연간 약 15만달러에 달한다.
 
두 회사는 FDA의 권고에 따라 추가적으로 다국가 임상을 진행할지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사례는 중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약물 개발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국 승인 신청 시 다국가 임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중국에선 2000건 이상의 면역관문억제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릴리의 신틸리맙과 유사한 임상을 진행한 최소 25건의 중국산 면역관문억제제 승인신청서가 FDA에 제출될 예정이거나 현재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FDA 종양학 책임자인 리처드 파즈두어(Richard Pazdur) 박사는 "규제기관이 유연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일 외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승인을 구하기보다는 확증적 임상에서 일정 부분 미국인을 포함해 수행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나온 이번 중국 임상 데이터 논란이 정치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중국 내 면역항암제 시판에 그치지 않고 미국에 진출하려면 미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이 포함돼야 한다고 짚었다. 특정 인종에 발생하는 희귀질환 등의 경우 단일 국가 임상 데이터가 승인에서 중요한 평가자료가 될 수 있으나 이 밖의 경우에는 다국가 임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새로운 치료제가 승인되고, 표준치료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대조약이나 대조군 선정 시 유의해야 한다.
 
협회는 "1차 평가지표 선정 등에 있어서도 유사 승인 또는 거부사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임상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라며 "FDA 승인 평가 시에는 임상 데이터 외 가격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며 오직 데이터로만 승부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이번 사례를 통해 외부에 전달됐다"라고 평가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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