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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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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내홍 속 '윤호중 비대위' 출범…핵심은 '지방선거'

윤호중 비대위원장, 인선 서두르며 비대위 체제 공고화

2022-03-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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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민주당이 대선 패배를 수습하고 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키로 했지만, 계파 갈등에 따른 내홍만 격화됐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이 단결하자는 당권파와 '윤호중 체제'로는 6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주장이 맞붙으면서 향후 대격론을 예고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마저 윤호중 비대위에 대한 불안감을 노출할 경우 누적된 친문과 비문 간의 대립으로 격화될 수도 있다. 여기에 이재명 상임고문의 등판도 얽히면서 당권 투쟁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윤 위원장은 발 빠르게 비대위 인선을 단행하며 비대위 체제 공고화를 시도했다. 그는 13일 국회에서 비대위 인선을 발표하고 'n번방 추적단'인 박지현 전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태진 전 광주선대위원장 △권지웅 전 청년선대위원장 △조응천 의원(전 선대위 공동상황실장) △이소영 의원(전 선대위 대변인) △배재정 전 의원(전 이낙연 경선캠프 대변인) △채이배 전 선대위 공정시장위원장 등도 비대위에 합류했다. 윤 위원장은 "비록 대선에서 졌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어달라는 채찍으로 알겠다"며 "국민에 사랑과 신뢰를 받도록 거듭나겠다"고 했다. 
 
13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원내대표)이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인선은 윤 위원장이 비대위를 맡은 지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인선을 서두른 건 '윤호중 체제'에 대한 당내 논란을 의식, 비대위 출범을 기정사실로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불과 0.73%포인트(24만7077표) 격차로 석패했다. 이튿날 송영길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윤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격으로 당 수습에 전력하기로 했다. 그런데 비대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까지 당을 이끌기로 했다. 당은 발칵 뒤집혔다. 
 
반발의 표면적 이유는 윤 위원장을 중심으로는 6월1일 민선 8회 지방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회의론이다. 윤호중 체제를 선두에서 비판하고 나선 이는 김두관 의원이었다. 대안으로는 '이재명 비대위'를 제시했다. 그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호중 비대위냐, 이재명 비대위냐. 그 하나만을 놓고 생각했다"며 "답은 하나였다. 이재명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과연 윤호중 비대위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재명 후보에게는 인간적으로 미안하고 또 가혹하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 밖에 없다. 본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지도부가 윤호중 비대위를 내놨다. 그 때만 해도 지도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윤호중 원내대표가 한시적으로 맡는 체제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예 윤호중 비대위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생각"이라며 "지방선거는 안중에도 없고, 철저히 당권에만 집착하겠다는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의총에서 40명 가까운 의원들이 발언을 했다. 다들 윤호중 비대위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그럼에도 적당히 봉합해 가자는 이런 방식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윤 원내대표도 (맡겨달라고)읍소할 게 아니라 이번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고 주장했다. 그는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당권파의 당권 집착"으로 규정하고, 초선 의원들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인적 청산을 비롯한 쇄신의 목소리를 보다 분명히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 그 지지가 민주당을 향한 것이었나. 윤석열에 대한 반대이자, 이재명에 대한 지지였다"며 "내로남불 지적에도 민주당은 잘못을 감싸기 바빴다. 무엇보다 오만했다. 윤석열 인사 참사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 없었다"고 스스로에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이어 "대선 패배 후 이틀 만에 여성을 중심으로 2만명이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하면서 당원 가입을 했다. 이 같은 민심을 저버려선 안 된다. 그거야말로 지방선거 패배로 가자는 것"이라며 "이재명 비대위를 통해 대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쇄신을 마무리하고 지방선거에 나서야 한다. 그런 결기를 보여야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광재 의원도 김 의원과 비슷한 생각이다. 앞서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구시대와의 결별, 익숙함과의 결별이 있어야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심지어 "기본적으로 여의도가 폭파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당내 경선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꺾고 의회 경험이 없는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것부터, 이번 대선에서 0선의 정치신인 윤석열 당선인이 승리하는 등 모든 현상이 기존 여의도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혐오 때문이란 게 이 의원의 판단이다. 때문에 국회 중심의 기존 여의도 문법으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으며, 이에 근거해 강력한 인적 쇄신이 필요한 것으로 이 의원은 보고 있다. 또 지방선거에서 이 후보의 역할론도 제기했다.
 
<뉴스토마토>와 전화연결이 닿은 복수의 다른 의원들은 윤호중 비대위 체제로 지방선거는 무리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대선 패배에 대한 아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이 후보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했다. 이 후보 자신을 위해서라도 일정 시간 숙고할 시간을 가지는 게 옳다는 의견이었다. 일부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아닌 중량감 있는 개혁 이미지의 다른 비대위원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당내 반발의 이면엔 누적된 계파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진단이다. 친문과 비문 간 대립 속에 지방선거 공천권이 걸린 당권, 이재명 상임고문의 정계 복귀 시나리오까지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우선 윤 위원장은 당내 대표적이 친문 인사다. 19대 대선 때 선대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아 문재인 후보를 보좌했고, 문재인정부 출범 뒤에는 인수위원회 성격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기획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잇단 인사검증 실패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송영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에서 진 원인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대국민 신뢰 부족도 있지만, 친문의 '이재명 비토'와 소극적 선거운동도 문제였다"며 "대선 이후 당 쇄신을 위한 물갈이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윤호중 체제는 쇼크"라고 말했다. 최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에게 대선 패배 책임을 따지는 문자폭탄이 쏟아진 건 책임론을 따지는 내홍의 시작에 불과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졌다는 건 이 상임고문이 윤석열 당선인과 비교해 무시할 수 없는 득표력을 가졌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때 어떤 식으로든 이 고문의 지원사격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문제는 이 고문이 지방선거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차후 그의 영향력 확대와 자기 사람 공천권 보장이 불가피하다"며 "당내 주류에선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고,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당내 갈등은 비대위 구성에 따른 통과의례 정도인데 너무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비대위에 합류한 조응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반발은 당에서 일부의 의견일 뿐"이라며 "우선 당이 대선 패배를 딛고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가 좀 격하게 말한다고 해서 자꾸 그걸 부각하는 건 불편하다"고도 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윤호중 체제 출범 후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흔들리거나 흩어져서는 안 된다"며 "갈라치기와 이간질에 넘어가는 건 필망의 길"이라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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