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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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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장 이승형입니다
(이승형의 세상만사)5년 뒤 우리는 '국민 통합'을 볼 수 있을까

2022-03-11 11:02

조회수 : 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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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시나리오는 13년간 서랍 속에 묻혀 있었다.
 
"당시 영화로 만들어보려 했을 때 낯설고 기괴하고 난해하다는 평이 많아 만들 수 없었어요. 
그런데 10년이 지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살벌한 서바이벌 이야기가 어울리는 세상이 됐고,
현실감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슬프게도 세상이 그렇게 바뀐 것이죠. "
 
드라마를 만든 황동혁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제작조차 불투명했던 '오징어게임'은 그야말로 '신드롬'이 됐다. '앓이'라고 표현될 만큼 세계적으로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TV쇼.  
 
그 비결에 대한 갖가지 분석이 쏟아졌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황 감독의 말 속에 있었다. '슬프게도 세상이 바뀐 것'.
 
1%와 나머지 99%가 사는 세상이 돼 버린 지금, '오징어게임'이 일종의 '현상'이 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전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발버둥'을 드라마가 보여줬으니 이상할 것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도 그렇다. 아니, 더 오래 전부터 더 적나라하게 체험중이다. 
 
지난해 발표된 국제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대한민국이 현재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적확하게 보여준다.
 
전 세계 28개국 성인 2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사회적 갈등이 가장 극심한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전체 12개 갈등 항목 중 7개 항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인들은 10명 중 9명(87%)이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또 빈부 갈등(91%), 남녀 갈등(80%), 세대 간 갈등(80%), 대졸자와 비대졸자 간 갈등(70%), 종교 간 갈등(78%)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사회 계층 간 갈등(87%), 도시와 농촌 간 갈등(58%), 대도시 엘리트와 노동자 간 갈등(78%) 등 3개 항목에서도 2~3위를 기록,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결과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갈등' '분열' '대립'이라는 바이러스에 시달려 왔던 것이다. 
 
분열은 곧 혐오와 배척을 부르고 독선과 아집으로 이어진다. 분열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다. 
분열이 분열을 낳는다. 악순환이다. 민주주의의 적이다. 
 
20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라는 오명을 간직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코로나 정점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진 우리 안의 '분열'이었다.
 
분명 분열은 더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과 이념, 빈부의 갈등이었다면 지금은 여기에 세대 간, 성별 간 분열을 더 얹었다.
 
1, 2위를 가른 득표율 0.73%P 차이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윤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이 선택된 이유에 대해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분열의 행보를 생각해서라도 자신의 말을 지켜야 한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1순위는 반드시 국민 통합이어야 한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오만한 7글자 공약이 아직도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선거 패배를 오롯이 자신만의 탓으로 돌리고 윤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낸 이재명 후보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이 후보는 자신의 지지자들의 아픔을 달래는 동시에 앞으로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통합의 메시지다.  
 
국민 통합은 우리 현대사의 숙원이다. 수십 년간 분열의 책임 대부분은 정치인들의 몫이었다. 영호남 갈라치기, 대기업-국민 갈라치기, 진보-보수 갈라치기, 친미-친중 갈라치기, 이대남-이대녀 갈라치기 등등 대통령부터 국회의원들까지 모두 분열에 탐닉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의 말대로 국민만 보고 가길 바란다. 절반의 국민만이 아닌, 모든 국민을 보고 가길 바란다. 그래서 제발 5년 뒤 '반쪽 대통령'을 넘어 '통합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듣는 그런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당선 소감만 실천해준다면 분명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뉴스토마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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