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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남욱, 김만배, 변협 야사

2022-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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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말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당시, 김평우 전 협회장을 돕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김평우 전 협회장은 되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나를 비롯해서 젊은 변호사들 4명 정도가 참으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던 것 같다. 그는 소설가 김동리의 아들로서 매우 천재적이었고 재미있었고, 나중에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으로도 활동한 장진영 변호사, 안철수 대선 후보를 지지하다 홍준표 홍위병으로 스탠스를 옮겼던 강연재 변호사 등이 같이 연을 맺었었다. 김 전 협회장은 2009년 당선이 되었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 제주도에 가서 축배를 들기도 했었다. 
 
2010년 협회장 선거 때는 신영무 전 협회장이 도움을 청했다. 신 전 협회장은 법무법인 세종을 설립했던 사람으로 도전정신이 풍부했고 각개 전투로 일관하던 변호사 시장에 ‘로펌’ 문화를 들여와 정착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이 때 같이 선거를 도왔던 이들이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던 정준길·장진영·강연재 변호사 등이었다. 신 전 협회장은 2011년부터 협회장으로 재임하였고 법원에 ‘로클럭’ 제도를 제안하여 현재 법원의 법조인력 선발 시스템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었다.    
 
우리가 두 분 전 협회장의 선거를 도왔던 이유는 간단했다. ‘도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변협은 구성원들의 직업 특성상 약간 보수적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색’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었고, 위 두 분은 모두 열세에 몰려있었으며, 누구보다 절실하게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2012년 말 협회장 선거 때는 위철환 전 협회장을 도와주게 되었다. 위 전 협회장은 경기 중앙회 소속으로 소위 ‘성골’ 변호사가 아니었고 변방의 투사로서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기에 도와주어야만 했다. 그 해 선거는 정말 치열했었는데, 결국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위 전 협회장이 당선되었고, 필자는 최진녕 변호사와 함께 변협의 공보를 담당하게 되었다.
 
박영수 전 특검과는 2013년부터 친분이 있었다. 박 전 특검이 간곡히 부탁을 했고 특히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 당시 머니투데이 법조팀장등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었다. 다른 협회장 후보들이 1년 전부터 선거를 준비했던 것과는 달리 박 전 특검의 출마 선언은 너무 늦었기에, 약 2개월 정도의 선거운동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보름만 더 있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어쨌든 맹렬하게 열정을 쏟아 부었으나 아쉽게 떨어졌다. 
 
나는 그 선거를 끝으로 다시는 변협회장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변호사 일에만 매진했다. 정치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들만의 잔치였고,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말이 안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었다. 좌우 둘러볼 생각도 없이 승소를 위해 열심히 일했던 이 시기에, 전 화천대유 부회장이었던 이성문 변호사와 성남의 뜰 대표였던 최 모 법무사가 우리 사무실에 있었다.
 
그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이 있었다. 김평우 전 협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위해 미국에서 건너와 최전방 투쟁을 벌이며 태극기 부대의 일선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박 전 특검은 2016년 말 특별검사가 되어 윤석열 현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함께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 삼성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적폐 수사를 이어나갔다.
 
2015년 박 전 특검의 협회장 선거를 매개로 뭉쳤던 멤버 중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사건으로 1차 구속이 되어 재판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김만배 당시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 바통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이성문 변호사는 가끔 나에게 대장동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주며 같이 해보자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때 나는 재판이 너무 재밌어서 별 관심이 없었고, 물론 그도 나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은 아니었다. 
 
2021년 대장동 이슈가 터지고 관계자들의 8년에 걸친 퍼즐식 멘트가 무엇이었는지 이해되면서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져, 남 변호사와는 작년 12월 15일에, 김 전 팀장과는 올 2월 15일에 각각 1시간 넘게 접견을 했다.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나 그 측근에게 뇌물 공여가 있었는지, 유동규 본부장과의 관계는 무엇이었는지 집중적으로 물어보았었다.
 
서로 이번 사건의 책임을 떠넘기기는 했으나, 이 후보 등에  ‘뇌물공여’가 없었다는 주장과, 갑자기 너무 많은 돈을 벌게 되어 내분이 일었으며 이익 배분 문제와 제3자들에 대한 금원 지급 등의 문제로 싸우다가 이 지경이 됐다는 말은 서로 일치했다. 특히 남 변호사의 피의자신문조서상 진술은 ‘그렇게 들었다’ 정도였는데 현재 보도는 많이 왜곡되었다고 했다. 2013년부터 정영학 회계사가 녹음을 했고, 본인에게 불리한 건 빼고 검찰에 넘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거라는 얘기도 나왔다.
 
녹취록 관련 그들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으나 특히 김만배는 ‘정치적 MSG가 너무 많이 뿌려진 사건’임을 꼭 알려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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