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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중대재해법 D-4)③"사업장 쪼개기 등 꼼수 엄벌해야"

"중대재해법 처벌 대한 불안감 키워…경영활동 위축시킬 수 있어"

2022-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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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에 자리한 아파트 신축현장서 외벽 구조물이 붕괴됐다. 사진/김현진 기자
[뉴스토마토 김현진 기자] 중대재해기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중대사고 발생 시 처벌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안전 강화보단 처벌을 피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 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처벌수위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근로자 사망 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시 법인 또는 기관의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중대재해법은 현장에서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사고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더라도 현장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비롯한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추진될 때부터 처벌보다 예방 활동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안전·보건 규정을 준수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포괄적 의무를 부과하고 강한 책임을 묻게 되면 사고예방효과보다는 처벌에 대한 경영자의 불안감을 키워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지난 19일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포럼에서 "우리나라의 사망사고가 안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감소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의 노력이 필수지만 이와 함께 개별 기업이 안전투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법·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안전지원사업이 대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의 모호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사업장이나 장소를 지배·운영·관리하는 주체가 다른 경우 누구에게 의무가 있는지 등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주체부터 불명확해 정부의 자의적 해석 여지가 크고 그만큼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의 산업안전보건관계법 간에 충돌되고 있는 부분도 적지 않아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공사 현장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뿐 아니라 사고도 많이 발생하는데 법 적용 대상에선 제외됐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 제정운동을 했던 오민애 변호사는 "법 제정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지적이 됐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중대재해법) 적용이 되지 않은 것이 크다"며 "사업장 규모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생명이 위험함에 있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사업장 쪼개기 방식으로 법 적용을 피할 수 있어 시행 이후에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 시 기업들이 현장 안전관리 강화보단 경영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있다. 현대건설(000720)은 기존 안전지원실을 안전관리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안전관리본부장을 CSO로 임명했다. 삼성물산(028260)도 기존 안전환경실을 안전보건실로 확대하고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가진 CSO를 신규 선임했다.
 
한화건설과 DL이앤씨(375500)도 CSO 자리를 신설했으며 롯데건설은 안전보건경영실 조직을 확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기술진흥법 등이 현장 단위에서 적용되는 것과 달리 중대재해법은 본사에 기업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이기 때문에 본사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처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길로 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처벌을 받지 않는 방법은 두 가지로 하나는 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 발생 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라며 "이들 선택지 가운데 더 쉬운 것은 후자로 기업들은 현장에 투자할 돈이 법무법인을 고용하는 데 사용할 것이며 이는 현장 사고를 줄이기 위함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현진 기자 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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