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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인플레 불길에 기름 부었다…긴축공포 키운 중동발 유가급등

아랍 석유시설 피습에 국제유가 7년 만에 최고

2022-01-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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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미국발 조기 긴축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동발 국제 유가 급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은 글로벌 물류 대란과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이하 현지시각)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9%(1.61달러) 오른 85.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 또한 배럴당 1.7%(1.44달러) 상승한 87.92달러에 거래되는 중이다. 올해 브렌트유 가격은 약 12% 올랐다.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인 80달러를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유류 공급 차질 우려가 불거지면서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전날 예멘 반군은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UAE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석유 시설에서 일하던 근로자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러시아산 원유 생산에 악영향을 끼칠 원인으로 지목된다. 애초 원유 수요를 낮출 것으로 여겨지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도 유가 상승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가 폭등은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글로벌 물류대란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유가 상승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니켈, 구리 등 기초 원자재를 비롯해 전자기기 핵심 부품인 반도체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해상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7일 기준 5109.6으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9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공포에 미국 증시도 급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43.34포인트(1.51%) 떨어진 3만5368.4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85.74포인트(1.84%) 하락한 4577.1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86.86포인트(2.60%) 떨어진 1만4506.90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전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최근 3개월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보다 7.0%나 올랐다. 한 달 앞선 11월의 6.8%보다 높은 것으로 198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국채 금리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2년물 금리는 202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1%를 돌파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1.86%로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였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유가 상승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비상이 걸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통화정책 방향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 상승, 공급병목 현상, 근원물가 오름세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3%대 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새해부터 커피, 햄버거, 간장 등을 비롯해 식품업계가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사진은 1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쇼핑카트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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