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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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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블록딜, 지배구조개편 다시?

정의선 회장 현금확보 중…헷갈리면 모비스·글로비스 함께 투자

2022-01-10 04:00

조회수 : 1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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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 일부를 칼라일에 매각했다. 공정거래법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일부 투자자들은 잠시 멈춰선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그 중심축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지난 5일 장마감 후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각각 251만7701주(6.71%), 123만2299주(3.29%)의 주식을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의 특수목적법인(SPC) 프로젝트가디언홀딩스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이번 지분 매각 이유를 “주주가치 높이기”라고 밝혔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강화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상장사의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기준이 총수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되자 23.29% 지분을 갖고 있던 정 회장이 주식을 일부 처분해 20% 아래로 낮췄다는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내 물류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전체 매출에서 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 현실적으로 이걸 낮추기는 어려운 만큼 정 회장이 지분을 조절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다. 그룹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의 지분 조정 및 현금재원 확보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005380)기아(000270)현대모비스(012330)→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의 사업을 분할해 정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을 추진했다가 엘리어트 등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로 무효화한 적이 있다.   
 
이후 정 회장은 현대오토에버(307950)가 기업공개(IPO)하는 과정에서 본인 소유의 지분을 구주 매출 방식으로 시장에 내놓아 자금을 확보한 뒤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수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여 고리를 끊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으나 당시 확보한 지분은 0.32%에 그친다. 나중에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7.15%도 물려받는다면 의미 있는 수준이 되겠지만 상속·증여세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지배구조개편이 어떤 방식으로 가든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 
 
이번 블록딜로 정 회장이 확보한 자금은 2009억원, 정 명예회장은 4103억원이다. 또 다음달로 예정된 현대엔지니어링 IPO에서도 정 회장은 보유지분 11.72% 890만주(11.72%) 중 534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놓아 현금을 확보한다. 희망공모가 5만7900~7만5700원 범위에서 공모가가 확정된다면 3000억~4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정 명예회장(142만주)과 현대글로비스(201만주) 등이 구주매출에 동참한다는 사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현금을 끌어 모아도 정 회장이 지배력을 공고히 할 만큼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현대글로비스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 합병비율 산정에서 현대모비스의 몸값을 올려주거나 둘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스왑 방식도 거론된다. 
 
이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예전처럼 어느 한쪽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두 종목 모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본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그룹의 미래 자동차, 전동화 사업을 이끌고 있으며,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로 발을 넓혀 외부 매출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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