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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아파트 밖 청소 거부 경비원 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

"특별한 하자 없으면 계약 갱신된 관행 있었다"

2022-01-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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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밖 공간의 청소를 두고 주민과 다툼을 벌인 경비원과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고, 주민과의 다툼에 대해서도 경비원의 귀책 사유로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5월20일 경비원 B씨와 C씨에 대해 그해 6월30일자로 근로계약이 만료된 것을 통보했다. B씨 등은 근로계약 만료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그해 7월1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서울노동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B씨에 대해 근로계약 종료 이전에 민원이 발생한 점, C씨에 대해서는 특별한 하자가 없었지만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 B씨와 뜻을 같이해 재계약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의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B씨는 근로계약 만료 통보 전인 그해 5월11일 아파트 밖의 용산구청 관할 보도를 청소해 달라고 요구한 입주자대표회의 대표자 D씨와 말싸움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B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C씨는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통보를 계약 만료 마지막 날인 그해 6월30일 경비반장으로부터 구두로 듣게 된 후 사직서를 제출해 달라는 말에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했다가 다시 돌려받아 찢었지만, 다시 경비반장이 찢은 사직서를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원고와 B씨 등 사이에 기간제 근로계약이 체결됐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해당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 그러나 B씨 등에게는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 경비원들과 계약 기간을 6개월로 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다"며 "201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16명 중 B씨와 다른 1명 외에는 모두 1회 이상 근로계약이 갱신된 점, B씨 등과 함께 근무하다가 2020년 6월30일자로 계약 기간 만료 통보를 받은 경비원 중 나머지 7명은 7월1일자로 재계약이 이뤄진 점에 비춰 알 수 있듯이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경비원들의 근로계약이 갱신돼 온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B씨 등에게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원고는 이 사건 통보를 통해 근로계약이 만료된 것을 통보함으로써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했다"며 "원고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2020년 6월30일자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B씨 등 비롯한 경비원들에 대해 근무 자세, 성실성, 대주민 친절도, 동료 간의 융화도 등 평가 기준을 적용한 평가 절차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즉 원고는 단체법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해 결정된 재계약 여부 결정을 위한 평가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B씨 등에 대해서만 근로계약을 종료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물론 D씨가 B씨에게 아파트 밖 공간의 청소를 요구한 것은 2020년 5월로서 개정 공동주택관리법 65조의2의 시행일 전이기는 하나, 그와 같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예외적으로 청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 법률 규정의 내용과 입주자 등이 위법한 지시 또는 명령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그 개정 취지에 비춰 볼 때 과연 이 사건과 같이 아파트 밖 공간에 대해서까지 청소를 요구한 것이 정당한 것이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D씨와 B씨 사이에 있었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느 일방의 진술이 더 믿을만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사정이 그러하다면 당시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언쟁이 발생했던 상황과 관련해 B씨에게만 일방적으로 귀책 사유가 있다거나 B씨의 귀책 사유가 훨씬 중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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