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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영상)"서민 두번 울리는 소액사건 판결 그만"

'원고 청구 기각' 단 한 줄…이유는 안 알려줘

2021-11-30 15:29

조회수 : 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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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 상대방에게 구상금 900만원을 청구한 A씨는 최근 황당한 판결문을 받아들었다. 첫 장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적혀있지만, 이유는 단 한 줄 도 없었다. 다음장에는 "소액사건 판결문에는 소액사건심판법 11조2의 3항에 따라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돼 있었을 뿐이다. 서민인 A씨는 900만원이 적잖은 돈이기도 했지만 몇개월 간 소송하느라 속앓이를 한 생각을 하면 울화통이 터졌다.
 
민사소송의 70%를 차지하는 소액사건 판결문이 선고 이유 없이 쓰여지고 있다. 현행법상 서민들의 1년 연봉을 웃도는 3000만원 이하 사건은 판결 이유 없이 선고해도 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0일 서울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액사건 심판법 개정과 법관 증원을 촉구했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는 "(소액사건 판결 이유 생략) 기준은 사건의 복잡성이나 가치와 무관한 '금액'"이라며 "(소액사건) 기준은 독일 82만원, 일본은 610만원이지만 우리나라는 3000만원으로 기준이 애매하다"고 말했다.
 
경실련이 정리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민사사건 70% 이상이 소송 목적 3000만원 이하 소액 사건이다. 지난 2016년~2020년 민사사건은 평균 97만2148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소액사건은 평균 70만1547건으로 전체의 72.7%를 차지했다. 주로 양수금과 구상금, 대여금과 임금 등 민생 관련 사건이다.
 
소액 사건 열 건 중 여덟 건은 소송 대리인 없는 '나홀로 소송'이다.
 
그런데 현행 소액사건심판법은 판결서에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패소 이유를 알아야 항소할 수 있어 국민의 알 권리와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지웅 법률사무소 정 대표변호사는 "패소 당사자가 항소하려면 (재판부가) 무엇을 사실 오인하고 법리 오인했는지, 판단 누락했는지 알 수가 없어 깜깜이 항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긴 경우에도 항소심에서 어떻게 방어해야 할 지 모르게 된다.
 
자료/경실련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액사건 항소율은 지난 5년 평균 4.1%에 불과하다. 반면 소액을 제외한 민사사건 항소율은 평균 22.3%에 달한다. 
 
이에 지난 20대 국회부터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소액 사건 판결서 이유 기재를 위한 법안 두 건이 계류중이다.
 
소액 사건 판결 이유 기재는 판사 증원 문제와 밀접하다. 지난해 소액사건 담당 법관은 전체 민사법관의 8%인 163명이었다. 이들이 맡은 소액사건은 1인당 4023건이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사건당 31분이 주어졌다. 소송 당사자가 판결문을 받기까지는 평균 6개월이 걸린다.
 
자료/경실련
 
정 변호사는 "도저히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업무 부담이 소액 사건 담당 판사에게 배당된다"며 "(법관 1인당 민·형사 본안 접수가)독일은 89.63건, 프랑스 196.52건, 일본은 151.79건인데 독일 수준이 되려면 1만2390명, 일본 수준이 되려면 6100명 정도 증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숙희 법무법인 문무 변호사도 "판결 이유 기재는 당연히 해야 하고 판사는 너무 적다"며 "판사를 늘려서 국민의 알 권리와 재판 받을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소액사건 심판 제도 개선을 위해 의견서 제출과 전문가 서명, 국회의원 정견 질의와 발표 등 입법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30일 오전 서울 경실련 강당에서 소액사건심판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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