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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김인회 교수가 들려주는 '이 시대 스승에 대한 이야기'

신간 <한승헌 변호사의 삶 : 균형과 품격>

2021-1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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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산민(山民) 한승헌. 
 
일반 국민들에겐 주로 '국민의 정부' 감사원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 현대사와 결을 같이 한, 험한 인생 굴곡을 지닌 몇 안 되는 법조인이다.
 
그는 1957년 제8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뒤 서울지검 검사로 법조 인생을 순조롭게 출발했으나 1965년 인권변호사로 전향하며 극과 극을 오가게 된다. 
 
한 변호사는 검사복을 벗고 두번이나 투옥됐다. 첫번째는 반공법 위반 혐의였다.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의 간첩조작 사건인 '유럽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김규남 국회의원이 사형됐다는 소식을 듣고 여성동아 9월호에 기고한 '어떤 조사'라는 글로 옥고를 치렀다. 두번째는 1979년 말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의 신군부가 공작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교도소에 있었던 기간은 1년9개월 정도. 그러나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한 세월은 8년이었다. 그 세월의 고초를 다 가늠할 수는 없겠으나 한 변호사는 꼿꼿하게 정도를 걸었다. 
 
1965년 중앙정보부가 용공분자 누명을 씌운 소설가 남정현의 '분지필화 사건' 변호를 시작으로 한 변호사는 민청학련 사건·5·3민주항쟁사건·문익환 목사 방북사건·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송두율 교수 사건까지 함께 하면서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법정에서 뿐만이 아니다. 초대 한국저작권법연구소장·한겨레신문 창간위원장·참여정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등을 맡아 쉼 없이 민주주의와 인권, 국민 권익을 위해 투신했다. 
 
그런만큼 법조계는 물론 여러 지식인들 역시 한 변호사를 현존하는 큰 스승으로 꼽기를 오랫동안 주저하지 않고 있다. 
 
한 변호사 인생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균형'이라고 말한다. 최근 펴낸 신간 <한승헌 변호사의 삶 : 균형과 품격(이지출판사)>에서다. 김 교수는 한 변호사가 참여정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추진단 간사를 맡아 지척에서 그를 지켜봤다.
 
김 교수는 책에서 한 변호사가 걸어온 인생을 '음지와 양지의 균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 변호사 역시 자서전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음지가 양지를 불러들였는가 하면 양지가 음지의 전주곡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 한 변호사의 삶을 '변호와 투쟁의 균형'부터 '세속과 탈속의 균형'까지 총 10개의 균형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이 중에는 여러 지도자들이 못내 부러워 하는 '엄격과 유머의 균형'도 있다.
 
김 교수는 한 변호사의 삶을 살펴보며 네가지 측면에서 놀랐다고 한다. 수많은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최고의 수준으로 구현한 데다가 그 가치들이 모두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또 깊이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책 서문에 "이 글은 이 시대의 스승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적고 있다. 참된 스승을 찾고 있거나 그런 스승이길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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