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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재명발 '선대위 쇄신론' 여파 주목…'86그룹 용퇴론'까지 제기

'선대위 쇄신' 목소리 일주일…'이재명의 민주당' 발언에 송영길·김두관·이광재 화답

2021-11-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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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천명하고 선거대책위원회를 대대적으로 쇄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당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김두관·이광재 공동선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피력한 데다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도 '하방' 의지를 내비졌다. 이 후보가 선대위 관료화를 지적하고 기민한 대응을 주문한 데 대해선 성남·경기라인 중용론, 중진 의원들의 2선 후퇴, 86그룹 용퇴론 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어떤 선대위 쇄신안을 내놓든지 간에 당내 역학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걸로 보인다.

급박한 '선대위 쇄신' 일주일…이재명 "이재명의 민주당" 주창
 
21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선대위 운영을 놓고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이했다. 시작은 15일 당내 '정당쇄신·정치개혁 의원모임'의 기자회견이었다. 이들은 비대한 선대위의 굼뜬 운영과 방만한 조직구성을 비판하면서 쇄신론의 물꼬를 텄다. 이들은 "선대위가 국회의원 중심, 선수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현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청년, 여성, 서민,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 등 각계각층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대위 비서실에서 정무조정실장을 맡은 강훈식 의원은 1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선대위의 운영방식과 관련해 제기된)비판은 이 후보도 잘 알고 있다"면서 "후보도 선대위에 신속성과 기민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민주당 '인재영입·비례대표 의원모임' 간담회에 참석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안 느껴진다"며 "의원들 간의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누구는 외유 나갈 생각을 하고 있고, 아직도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특히 "후보만 죽어라 뛰고, 책임이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마음 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당대표나 원내대표, 광역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하는 건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탄식했다. 과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천막당사에 빗대 "비상상황이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까지 몰아붙였다.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내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과 회동했다. 사진/뉴시스
 
다음날인 18일 개혁파인 이탄희 의원이 "더 민첩하고 더 절박해야 한다"고 쇄신을 촉구하면서 선대위의 '너의목소리를들으러가는위원회' 위원장직을 반납했다. 선대위 쇄신을 요구하는 첫 직책 사퇴였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이 후보는 같은 날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민주당에 대해 국민들이 지적하는 문제에서 제가 무관하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건 분명한데, 충분한 성과를 기대한 만큼 못 냈음을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급기야 이 후보는 1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진행한 충청권 민생 대장정 중 선대위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보는 20일 충남 논산시 화지시장을 찾아 즉석 연설을 하면서 "덩치만 크고 할 일 제대로 못 챙기는 선대위와 민주당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오로지 실력과 국민을 위한 충정,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또 "날렵하게 가볍게 국민이 원하는 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겠다"며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저부터 변하겠습니다"며 "민주당도 새로 태어나면 좋겠습니다"라면서 쇄신 의지를 피력했다. 

송영길 "하방" 강조…김두관·이광재, 공동선대위원장 사퇴 
 
초선 의원들의 선대위 쇄신 주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직격, 이탄의 의원의 첫 선대위 직책 사퇴, 이 후보의 공개적인 선대위 쇄신 의지 표명까지 이어지자 선대위 지도부도 쇄신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20일에는 김두관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선대위 쇄신'을 주장하면서 공동선대위원장과 후보자 직속 균형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 직책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첫 지도부 사퇴 의사였다. 이튿날인 21일 이광재 공동선대위원장도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선대위 직책을 반납하기로 했다. 선대위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송영길 대표는 직책 사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모든 걸 비우고 하심 하방하여 새롭게 다시 출발하자"면서 "움직이고 변화하고 행동하는 민주당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히는 등 쇄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충남 논산시 화지시장에서 즉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송 대표는 전날 상임선대위원장 사퇴설이 돌았지만, 당 차원에서 이를 부인했었다. 그럼에도 하방 의지를 강조한 건 선대위 운영의 전권을 이 후보에게 일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 대표는 전날 유튜브채널 곽동수TV와의 인터뷰에서 "원팀 선대위를 구성했지만 기동성이 부족한 점이 있다"며 "이 후보의 의지가 관철되도록 후보에게 선대위 쇄신의 전권 위임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의 불행을 막는 길은 이 후보를 당선시키는 일"이라며 "후보와 지지자가 함께 할 시민캠프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선대위 쇄신 의지에 대해 송영길·김두관·이광재 의원 등이 화답한 건 쇄신의 장애물이 되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이 후보의 쇄신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복수의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후보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룬 게 사실"이라며 "초선 의원들이 주장한 '선대위가 국회의원 중심, 선수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지적이 당과 선대위 내부에서 상당한 파방을 일으켰다"라고 설명했다.
  
선대위 쇄신 어떻게?…21일 민주당 긴급 의총 논의방향 주목
 
송 대표를 비롯해 두 명의 공동선대위원장이 이 후보의 쇄신에 힘을 실어주면서 향후 선대위가 어떻게 전열을 재정비할 것인지 주목된다. 동시에 전열 정비가 당내 역학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선대위에서 직책을 맡느냐, 어떤 일을 하느냐 하는 건 결국은 그것이 대선 이후 공천과 논공행상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 후보가 심플하고 슬림하게 선대위를 재정비한다고 해도 상당수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선대위와 대선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쇄신안은 이 후보가 과거 대선 과정의 '금강팀', 광흥창팀'처럼 별도의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금강팀을,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광흥창팀을 핵심 참모조직으로 운영했다. 이 후보도 현재 성남·경기라인 일부 멤버들로 별도 전략팀을 운영 중이지만 선거 전략의 무게는 선대위에 두고 있다. 애초부터 이 후보는 당 현역의원 169명이 모두 참여한 '용광로·매머드' 선대위를 통해 '비주류' 한계를 깨고, 집권당 지지층의 전폭적 지원을 얻어내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매머드 선대위는 곳곳에서 공룡조직의 한계를 노출했다. 이에 기민한 대응을 위해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춘 성남·경기라인 중심으로 선대위를 재정비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다만 이 경우 이 후보가 주창한 용광로·매머드 기조를 스스로 허물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아울러 지지층 통합을 위해 이낙연·정세균 후보 측 캠프 인원들을 합류시킨 것도 도루묵이 된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성남·경기라인이 이 후보의 핵심 참모들인 건 맞지만 대선승리를 위한 전략을 만드는 측면에선 경험 부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이 개최됐다. 사진/이재명 후보캠프
 
선대위 정비를 위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2선 후퇴도 거론된다. 실제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최근 의원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3선 이상 중진부터가 빠지는 선대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걸로 전해졌다. 선대위 조직이 팀장 위에 다수의 부본부장, 그 위에 여러 수석부본부장, 또 그 위에 수 명의 본부장이 있는 역피라미드형 조직으로 변질된 마당에 수석본부장 또는 본부장을 맡은 중진들이 자리를 빼줘야 기민성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30세대의 표적인 86세대가 대거 용퇴하고 참신함을 갖춘 청년층, 정치신인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선대위에서 전략 부문을 맡은 한 관계자는 "사실 선대위의 새 판을 짜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누구나 선뜻 이 말을 꺼내지 못한 건 '그렇다면 누구로 선대위를 만들 것이냐'에 대해 대답을 못 내놨기 때문"이라며 "결국 '2030 표심'이 가장 중요한 전략 포인트라고 한다면 2030세대가 분노한 '내로남불의 표적'인 86그룹을 빼고 그 자리에 '86세대 이후'의 청년층, 정치신인을 채워서 내놔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선대위 쇄신과 관련해 이 후보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것을 비롯해 쇄신에 대한 구체적 내용 등이 집중 논의될 걸로 보인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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