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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자존심 구긴 공수처, '수사 난항'에 '정치적 역풍' 위기

'불법 압수수색' 논란 이어 체포·구속영장 줄줄이 기각

2021-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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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26일 기각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향후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검찰과 국민의힘 사이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 속도가 떨어질 전망이다.
 
공수처가 지난 23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25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수처의 주된 구속영장 청구 사유가 '소환에 대한 불응'이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핵심적인 사건 관계인들이 출석해 수사에 협조해 줄 것을 누차 요청했다"며 "소환 대상자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내세워 출석을 계속 미루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이를 두고 손 검사는 물론 소환조사에 소극적인 김 의원을 동시 겨냥한 초강수로, '신의 한 수'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범죄 소명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라는 원칙적 사유에 어긋난다는 해석이 많았다.
 
여기에 공수처가 이에 앞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비등해졌다. 법원이 인신구속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체포보다는 구속에 더 엄격하기 때문이다. 체포는 시한이 48시간이지만 구속은 20일까지 가능하다.
 
공수처는 "이전까지 손 검사의 출석 불응 상황을 감안할 때 마지막으로 약속한 10월22일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손 검사의 출석을 담보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러는 사이 손 검사는 장외전을 펼치며 역공을 폈다. 그는 전날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소환통보 시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피의사실의 요지도 제대로 통보하지 않는 등 명백히 위법하게 절차를 진행했다"면서 "피의자 조사 등 최소한의 절차도 준수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수처 검사가 '대선 경선 일정이라는 정치적 고려와 강제수사' 운운하는 사실상 겁박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하면서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기각당한 지난 20일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공수처에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손 검사가 더 이상 소환에 불응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 공수처로서는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손 검사가 변호인으로 검사 출신인 박사의 변호사를 선임한 데다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공수처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영장전담판사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공수처의 수사는 여전히 녹녹치 않아 보인다. 이날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밝힌 영장기각 사유를 보면 역시 '손 검사의 소환 불응'에 대한 판단에 초점이 있다. 증거에 의한 범죄소명이 부족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보자 조성은씨가 공수처나 검찰, 언론에 제공한 녹음·녹취록·사진 파일 외에 손 검사가 지난해 총선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신분으로 고발장 초안 등을 직접 작성했거나 소속 검사 또는 수사관에게 이를 지시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공수처가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그래서 나온다.  
 
영장전담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피의자의 범죄 소명이 확실할 경우에는 통상 사안의 중대성을 우선 고려해 영장을 발부하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손 검사가 18년 경력의 현직 검사로 수사와 공판 전문가라는 점도 공수처가 넘어야 할 산이다. 
 
현역 의원인 김 의원에 대한 조사를 두고는 정치적 역풍도 맞게 생겼다. 공수처는 이번주 중 소환 조사를 목표로 김 의원 측과 일정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같은 당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정치적 수사라는 공격과 함께 수사능력에 대한 비판까지 직면하게 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김 의원이 불법압수수색을 당했다며 김진욱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 등 7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불법수색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고발건은 현재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기훈)에서 수사 중이다.
 
'검찰 고발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1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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