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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쌍용차 삼키는 에디슨모터스…우려의 시선 쏠리는 이유

내부에서는 이전 인수기업 대비 작은 몸집에 ‘반신반의’

2021-10-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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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10월 26일 17: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쌍용자동차(쌍용차(003620))의 최종 인수전에 전기버스 생산 업체인 에디슨모터스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이에 쌍용차는 2010년 인도 마힌드라와의 인수합병(M&A) 이후 11년 만에 다시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쌍용차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몸집이 수십배에 달하는 쌍용차를 회생시키기 위한 자금 마련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부터가 과제로 남았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에 대해 법원이 인수 후보자의 자금증빙과 경영정상화 계획 보완을 요구한 이후 인수 후보 가운데 에디슨모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에디슨모터스 공장 전경. 사진/에디슨모터스
 
앞서 법원은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능력 등이 불안정하다고 봤지만, 에디슨모터스가 자금 증빙과 경영 정상화 계획을 보완해 최종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받게 된 것이다. 쌍용차 본입찰에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3100억원을 입찰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엘비앤티(EL B&T)가 인수대금을 5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이보다 낮은 입찰가에도 에디슨모터스가 최종 후보가 된 점은 인수 이후의 투자와 운영자금을 법원이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쌍용차와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법원허가 절차를 거쳐 10월 말께 에디슨모터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쌍용차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 계획을 보면 에디슨모터스와 쎄미시스코(136510) 등의 전략적 투자자(SI)와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와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 등의 재무적 투자자(FI)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인수자금으로 3100억원을 마련하고, 운영자금은 쎄미시스코의 유상증자 또는 에디슨모터스의 나스닥 상장 등을 통해 약 5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향후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으로부터 7000억~8000억원을 추가로 자산 담보 대출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지난 22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4년 연속 적자에 빠진 쌍용차를 5년 안에 흑자로 전환시키겠다고 공언했다. 2030년 매출액 목표치도 10조원으로 제시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스마트 플랫폼을 통해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고 연평균 30만대를 생산해 내 약 15~20% 순이익이 나는 회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한 스마트 플랫폼에 맞춰 쌍용차 모델의 엑셀레이터나 조향 장치 등만 역설계한다면 기존 전기차 연구개발비의 절반도 안 되는 1000억원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연간 10~15만대, 전기차 5~10만대, 하이브리드 5만대 이상을 판매해야 회생시킬 수 있다고 보고, 휴직 중인 직원들을 포함해 2~3교대로 생산 라인을 가동할 계획도 언급했다.
 
쌍용자동차 인수 후 매출 달성 계획. 사진/에디슨모터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 인수 소식과 관련해 쌍용차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큰 동향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쌍용차 평택공장에는 사무직 30%, 생산직 50%가 휴업 중인 상황에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등을 겪어본 직원들은 규모가 작은 기업이 인수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사무직의 경우 급여가 50% 가까이 줄어들면서 직원 수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쌍용차 총 직원 수는 4869명에 달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4612명으로 줄어들어 5.2%가 감소하는 등 직원들의 복직에 대한 관심사가 높은 상황에서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인수자금 외에 운영자금을 제때 투입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자동차업계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가 전기차로 전환해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고 해도 물량을 제대로 생산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반도체를 구하기 힘들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쌍용차가 순수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하면 더 많은 반도체 부품을 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수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이제 쌍용차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향후 가격협상이나 정밀 실사에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자금 외에 운영에 필요한 자금만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다. 현재 쌍용차의 공익채권과 승계해야 할 채무만 해도 7000억~8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디슨모터스의 지난해 매출은 897억원, 영업이익은 27억원 규모인 반면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9502억원으로 32배가 넘는 만큼 쌍용차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추가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에디슨모터스 측은 KDB산업은행 등을 포함한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산은이 인수 관련 자금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강영권 회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에디슨모터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에디슨모터스의 사업성 판단이 안 된 상태에서 지원에 한계가 있다”라며 “자본 조달 수준과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산은이 에디슨모터스 측에 자금 지원을 할 것처럼 얘기가 나오자 산은 측이 “쌍용차는 현재 법원·회사 주관하에 회생 인가 전 M&A가 진행 중”이라며 “이와 관련한 어떠한 자금지원 요청도 받은 바 없다”라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강영권 회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꼭 산은이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고, 국책은행인 만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쌍용차의 자산만 해도 1조원 이상이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영권 회장은 “쌍용차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대형 그룹들이 쌍용차를 인수하고 나서 모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기술력이 없어서인데, 우리는 전기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수하면 회생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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