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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ESG경영의 허와 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2021-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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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올해 초에 불어닥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열풍이 아직도 뜨겁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ESG경영을 도입하기 위해 분주하다. 금융기관과 공공기관도 ESG추세에 소외되지 않으려 적극적으로 편승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생소한 ESG가 이제는 상식에 속하는 용어가 되었다.  
 
이런 ESG경영의 유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신봉자들은 ESG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미래 기업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 옹호한다. 회의론자들은 ESG를 실행할 여건이 준비 안 된 상황에서 무늬만 ESG로 보여주는 형식적 수준에 그칠 것을 우려한다. 비판론자들은 지금까지 스쳐 간 수많은 경영혁신 운동과 같이 ESG도 반짝 떴다가 사그라질 것이라고 폄하한다.      
 
ESG경영은 이념적으로 매우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데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기업들이 ESG경영을 도입하고 실행하는 데 가장 심각한 어려움은 그 범위가 넓고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ESG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세 가지 영역을 포괄하며 각 영역에 수많은 요소가 존재한다. 이 많은 요소를 관리해 성과를 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더욱이 이런 요소들은 추상적이므로 정량화가 용이하지 않다. 경영이란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한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는데 이런 노력이 ESG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일부 대기업이 계열사 경영진의 성과평가와 인사고과에 ESG성과의 적용을 시도하고 있지만, 편차가 작아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한 것도 이런 본질적 한계에 기인한다. 
 
흥미로운 현상은 기업들이 ESG를 추진하면서 선택적으로 자기네 상황에 맞는 하나를 골라 ESG라고 내세우는 것이다. 몇 년 동안 사회적 가치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어느 대기업은 내용은 그대로인데 이름만 변경해 ESG성과로 포장하고 있다. 환경친화적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친환경이 ESG성과라고 강조한다. 
 
이런 문제는 E, S 그리고 G가 각각 별개로 구분되며 상호연관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서로 연계돼 어떻게 종합적 성과로 연결되느냐를 보여주는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기업들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중 잘할 수 있는 어느 하나를 정하고 이를 부각해 ESG성과라고 홍보한다. 
 
ESG경영의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이며 일관성있는 성과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ESG 실행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통상적으로 ESG성과는 정성적 세부 요소들을 각각 평가하고 이를 지수화해 측정하는 방법에 의해 평가한다. 그런데,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 영역의 지속가능 활동 요소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관되고 신뢰성있는 ESG평가가 어렵다. 그밖에 산업분류 방법, 산업 간 ESG요소의 민감도, ESG지표의 가중치 등에 따라서 평가점수가 달라진다는 것이 ESG평가의 객관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ESG평가에 필요한 자료의 유형과 원천, 그리고 수집방법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환경과 사회에 관한 지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업 외부 자료가 있어야 하는 데 유용하며 믿을 만한 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언론 기사, 공공 보고서, 인터넷 자료 등을 검색하고 수집하며 정리하는 것은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대기업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인데 이를 중소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 자칫하면 ESG 활동 자체보다 ESG 평가에 더 많은 자원과 비용을 들어야 할 판국이다.   
 
이런 한계로 인하여 ESG 평가의 일관성이 취약하며 평가기관별로 평가결과가 달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 ESG성과를 평가하는 지표가 난립하며 각각의 평가체계가 상이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혼란을 야기한다. 
 
ESG 역사가 제일 오래된 미국에서도 ESG 평가기관마다 평가결과가 일관성있게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에서도 ESG평가기관들의 평가 등급에 격차가 관측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SG는 이제 초기 도입단계다. ESG를 대대적으로 확산하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타당한 ESG 성과모델이 개발되고 더불어 효율적이며 신뢰성있는 평가체계가 수립돼야 한다. 이런 기반과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ESG를 도입할 경우 혼란과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ESG의 도입을 유도하는 정책과 제도가 긍정적 보상보다는 부정적 규제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ESG 성과가 높은 경우 제공되는 보상이나 인센티브는 약한 반면, 저조한 경우 부과되는 처벌은 과중해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거나 안전관리에 소홀하여 인명사고가 발생하거나 또는 비윤리적이며 부패 문화가 만연할 경우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ESG의 추세에서 당근보다 채찍에 무게 중심을 두는 제도적 변화는 기업에게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는 가장 현실적이며 안전한 방법은 ESG를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재무성과를 비롯해 다른 것을 다 잘하더라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한 요소에서 치명적 오류가 발생하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SG경영이 도입단계를 넘어 관행과 표준으로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은 ESG경영이 선언적으로 도입될 뿐이며 실행과 확산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ESG의 추세를 무시하거나 단순히 이미지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ESG는 단기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추세로 정착될 것이다. 지금부터 ESG경영을 준비하고 연습해야 나중에 ESG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기업들은 산업별로 가치사슬의 여건에 맞춰 ESG의 어떤 성과를 어느 정도 추구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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