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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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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인터뷰+] 이영희 "여성 변호사 색안경 이제 없지만...가사·양육 부담 여전"

2021-10-21 03:00

조회수 : 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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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사에는 실제 기자와 인터뷰이가 나눈 대화의 극히 일부만 실립니다. 그래서 아쉽게 덜어내는 부분이 생기곤 합니다. 인터뷰 더하기(+)는 인터뷰 기사에서 전하지 못한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오늘은 지난 13일 만난 법무법인 바른 최초 '공채 출신·여성 경영담당 대표 변호사'로 선출된 이영희 변호사 이야기를 추가로 들려드립니다. 21년 전 여성 변호사를 바라보던 사회의 시선, 달라진 환경 속에서도 분투하는 여성 변호사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최대한 살려 적습니다.
 
-바른의 여성 변호사 복지 수준은 다른 주요 로펌들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시나요.
"다른 대형 로펌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 합니다. 기본적으로 육아휴직을 편히 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육아휴직을 안 쓰면 유능한 변호사들이 아이 문제 때문에 이직을 결정하신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기존 경영진도 육아휴직으로도 아이 필요할 때 육아휴직 쓰고 복귀하는 게 어떠냐고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고 있지요. 여성 변호사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육아와 가사 문제입니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2000년 여성 변호사 수는 전체의 2.3%였지만 2020년 38.3%로 늘었습니다. 여성 변호사 입장에서 20년간 좁게는 바른, 넓게는 법조계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변호사를 보는 의뢰인과 재판부 태도부터 사내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고민이 있으실 듯합니다.
"저도 (변호사 생활을) 21년 정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자 변호사가 법정에 가거나 업무 미팅에 여자 변호사가 나오면 다들 신기하게 봤던 느낌이 있어요. 법정에 가도 여성 판사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이 신경써야 했고요. '여자 변호사가 얼마나 잘 할까' 약간 색안경 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중요 사건에서는 여자 변호사가 중요한 형사사건에 낀다고 하면 갸우뚱 하는 경우도 초기에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로펌에서 여자 변호사가 지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법원에 가면 재판장님 좌배석 우배석, 심지어 경위와 검사도 여자인 경우를 흔히 보죠. 지금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가 됐습니다. 여성 변호사 숫자가 늘면서 어떤 법조 영역에서도 예전과 다른 시각으로 많이 보고요. 특히 일 잘하는 여성 변호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이 각 로펌에도 많고 작은 로펌에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어떤 업무 능력 부분에 있어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죠. 여성 변호사의 회의 참석을 당연하게 보고 있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리더십이나 회의도 주관할 때 결정하는 능력에 훌륭한 분이 많으니까요.
 
다만 많은 여성 변호사가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남자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 써야 한다고 생각을 하죠. 왜냐하면 양육과 가사 부담을 거의 떠안으면서 그 경지에 가려면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변호사가 많아요.
 
(그런데) 슈퍼우먼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평범한 변호사도 많고 그런 부분을 제도적으로 바꿔야 되지 않냐는 의견들이 예전에는 감히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런 발언 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봤다면 지금은 당연히 바꿔야 한다(고들 생각).
 
그런데 중간에 육아 문제로 사내변호사로 가거나 다른 업무 강도가 작은 공직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도 그런 인재를 빼앗기면 안 되잖아요. 그런 변호사를 키우고 많은 사건 경험 쌓게 했는데 저희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하면 막을까를 경영진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여성 변호사 숫자가 많아지면서 바뀌어야 하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저희만이 아니라 여성 변호사 세미나 많이 하는데 변호사 여성 변호사의 업무 강도 등 여러가지 고민할 때도 최근 ESG가 각 기업에만 있는 게 아니라, 로펌도 ESG를 여성 변호사 임원(비율)이나 중요사건 하는 것을 어느 정도 비중을 주느냐에 따라 클라이언트의 선택 기준이 달라지는 데 까지 가야 하지 않느냐 논의되는 것이죠."
 
-법원 풍경도 달라졌고 의뢰인 시각도 달라졌고 평등해졌다고요.
"'일에 대해' 평등해졌습니다. 여성 변호사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대는 이미 지났어요. 그런데 여성 변호사 개인이 감당해야 할 에너지가 많아졌지요. 양육과 가사가 옛날보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아직은 여성 분들이 주요한 부분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남자 변호사의 육아휴직은 드물어요. 그러다 보면 여성 변호사가 두 가지 일을 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옵니다. 바른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여성 변호사가 로펌에 계속 남기 어려운 이유가 양육 가사부담과 수임입니다. 수임에 있어 남성 변호사가 훨씬 대외활동(을 많이 한다). 여성 변호사는 업무 시간에 콤팩트 하게 일 하고 집에 갑니다. 저녁에 아이 때문에 빼기 힘들어요. 아침에 일찍 나오기 위해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해 점심시간도 안에서 도시락 시키거나 아주 쉬는 시간 없이 컴팩트하게 일해요. 
 
이후에 남은 시간에 의뢰인 만나는 시간보다는 아이를 돌보는 데 (쓴다). 대부분 이모나 부모님이 봐 미안해서 어느정도 기여하려 해요.
 
그동안 남성 변호사는 의뢰인을 만나 교류하고 사건을 선임하는 시간에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두 가지 문제로 가장 힘들어 하는 게 수임의 부담과 양육 문제인데. 양육이나 가사부담은 어쏘 변호사 때 많이 생깁니다. 어쏘 때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지만 파트너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수임이나 여러 평가 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파트너가 되어서도 업무 할 때 수임 부담이 있죠. 정말 일은 잘 합니다. 이 분이 떠나면 손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일 잘 하고 꼼꼼한데 그런 분들이 나가는 것 방지하려면 수임 부담 없이 쭉 갈 수 있는 파트너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작년부터 하고 있어요. 다른 곳은 인컴 파트너라는 명칭을 쓰기도 하는데 그런 제도를 만드는 건 유능한 여성 변호사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방안입니다. 이걸 어떻게 시행할 지 내년 집행부가 시행하려고 지금 사전 조사 하고 어떤 규모와 시스템으로 할 지 논의중입니다."
 
-바른 내 모든 변호사 상대로 설문조사 하고 준비중인가요.
"그렇습니다."
 
-후배 여성 변호사,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여성분께 평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일단 후배 여자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게 수임부담입니다. 일을 잘하는 여자 변호사들이 와서 어떻게 해야 수임 할 수 있냐. 파트너 되면 수임 부담이 항상 있어요. 그런데 저야 이제 양육이나 상관 없이 많은 사람 만났지만 사건이라는 게 많이 만난다고 되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저에게 맡겨진 사건의 만족도가 높으면 의뢰인이 다른 의뢰인에게 나를 소개합니다. 그건 클라이언트가 결과 만족하면 어떤 주변에 누가 있을 때 이 사건은 이영희 변호사에게 가 봐라. 이런 식으로 쌓여온 사건이 많지, 제가 누굴 만나 '저희 사건 주세요' 이런 식으로 끌고 온 적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수임 부담을 다른 각도로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같이 저녁 먹는 능격 제한돼 있어요. 대신 일을 잘 해주면서 그로인해 의뢰인에게 얻는 신뢰에 치중하는 것이 저는 낫다고 봅니다. 
 
그리고 의뢰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할애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의뢰인 말 오래 들어주는 것으로 유명해요. 어떤 사건은 6시간을 들었어요. 오후 5시에 시작해 의뢰인이 도시락을 챙겨와 나눠먹으며 여섯 시간 동안 그 분의 얘기를 다 들어줬습니다. 일단 쏟아내는 게 안에 있는 억울함, 분노 이런 것들입니다. 그걸 다 쏟아 놔야 합니다.
 
변호사들 바쁘기 때문에 '요점만 말하세요', '써오세요'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 분이 듣는 그 감정, 그 분의 그 말이 얼마나 억울하고 또 그 분이 하는 말 중에 본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 중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지겹고 힘들어도 여섯시간에 건지는 것이 적더라도 많이 쏟아내게 하는 것이 제가 의뢰인과 가까워지는 첫번째 의례입니다. 저는 후배들이 누구 만나 술 마시는 것보다 그 시간에 많이 공감하는 걸 키우면. 여자 변호사 공감능력 많다 느끼는 건 많은 부분 협업하는데 남자, 여자 하는데. 제가 볼 때 여성 변호사의 공감능력이 훨씬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성이라는 성향이 얘기를 많이 하면서, 특히 여성 의뢰인 같은 경우 훨씬 공감 능력이 큽니다. 큰 장점이죠. 업무능력에서 남녀 변호사의 차이 없다고 봅니다.
 
외부 활동을 못하는 대신 의뢰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좀 더 높여간다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코로나 시대로 대면 접촉을 거의 못하잖아요. 그렇다면 공감능력과 업무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장점을 최대한 나가서 하는 시간을 자기 사건 의뢰인과 한 번 더 미팅하고 한 번 더 얘기 들어주고 그 분이 생각하는 쟁점에서도 분명히 답이 있어요. 사건을 제일 잘 아는 분은 당사자입니다. 당사자 얘기를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 되게 큰 사건의 좋은 결과를 얻는 방법입니다. 저는 여성 변호사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 다음에 인턴이거나 법조인을 준비하는 학생은 남녀 불문하고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법조가 다 공부 잘해갖고 대학가고 또 거기서 공부 잘해 로스쿨 가고 거기서 공부 잘해서 성적 잘 받는 무한 경쟁으로 가잖아요. 그냥 자기가 가고 싶은 길 걷더라도. 저는 토끼와 거북이로 치면 거북이입니다. 남과 비교 말고 자기만의 것을 차곡차곡 쌓아서 목표 지점에 가면 됩니다. 지름길로 가나 돌아가나 목표에 가는 방법은 다양한데 지름길이 반드시 옳은 답은 아니거든요.
 
돌아서 가면 그만큼 경험이 쌓입니다. 변호사는 다양한 경험 위에서 전문성으로 정립하는 것입니다. 의뢰인을 이해하는 베이스도 넓고요. 그래서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묵묵히 꾸준히 성실하게 가는 게 좋습니다. 자기만의 장점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은 장점이 있어요. 남에게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차기 경영담당 대표 이영희 변호사가 13일 서울 강남에 있는 바른빌딩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자료+] 법무법인 바른 성비와 새 집행부 투표
 
1 법무법인 바른 설립 당시와 올해 변호사 성비
법무법인 바른은 1998년 3월에 4명의 남성변호사로 설립되었습니다. 2021년 10월 현재 남성변호사는 157명, 여성변호사 70명으로 약 224명이 바른에 다닙니다. 성비는 남성 2.2 대 여성 1 입니다.
 
2 차기 집행부 선거 기간과 당선일. 총괄 대표와 경영대표 후보로 나선 변호사 수
지난 9월2일 사전투표부터 9월3일 본투표까지 이틀에 걸쳐 운영위원 선거를 진행했습니다. 운영위원 입후보자 수는 총 13명이었고, 운영위원 당선자들 7명이 9월5일 투표를 통해 차기 총괄대표와 경영대표를 선발했습니다.
 
바른의 운영위원은 사법연수원 수료 기수와 변호사시험 회수를 기준으로 3개 그룹으로 나눠 상위 기수 그룹(16기~25기)에서 3명, 중위 기수 그룹(26기~30기)에서 2명, 하위 기수 그룹(32기~38기)에서 2명을 선출했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박재필(16기), 이동훈(23기), 이영희(29기) 등 3명의 대표변호사와 장주형(22기), 고일광(27기), 김도형(34기), 강태훈(36기) 변호사가 운영위원으로 선출돼, 내년 1월부터 3년간 운영위원직을 맡게 됩니다.
 
3 선거 투표자 수와 투표율, 당선된 후보별 득표율. 이영희 변호사님에 대한 여성 남성 투표율
바른의 선거는 지분파트너 2표, 그외 파트너(고문변호사, 계약제 파트너 등)가 1표를 행사했습니다. 총 표수는 178표인데 이 가운데 160표가 행사됐습니다.
 
<이영희 경영대표변호사 프로필>
1989   강원사내고등학교 졸업 
1994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97   제39회 사법시험 합격
2000   사법연수원 제29기 수료
2000~2011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
2001~2002   차정일 특별검사팀 특별검사 수사관(이용호 게이트)
2020~현재   서울고등검찰청 보통징계위원회 위원
2011~현재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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