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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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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아시아 민주주의, 한국에 길을 묻다)①'홍콩사태' 그후 2년…꿈도 희망도 사라졌다

2019년 6월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로 홍콩 민주화 운동 시작

2021-10-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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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홍콩 민주화 운동이 불과 1년여 만에 소강상태다. 중국 공산당과 당국의 강경진압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진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의 민주화는 이대로 사그라 드는 걸까. 군부 쿠데타에 대한 항거로 시작된 미얀마 민주 시위도 반군이 무장화 되면서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지금의 홍콩과 미얀마의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뉴스토마토>는 뜨거웠던 2019년 여름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을 시작으로 '아시아 민주화 운동의 심장'인 한국의 역할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홍콩에선 희망을 잃었습니다. 한국이 도와주세요.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이 나서주세요."
 
홍콩 현지 상황을 듣고자 종종 연락하던 홍콩 시민 A씨(가명, 30대)는 8월 중순 이후 더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핸드폰에선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안내 메시지만 반복됐다. SNS메신저도 답이 없었다. 그가 석달 전 마지막 통화에서 남긴 말이 내내 귓가를 맴돌았다. 홍콩 내부에서는 중국 공산당에 맞서 자유를 쟁취할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주장이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작…아시아판 '재스민 혁명'
 
아시아판 '재스민 혁명'으로 불린 홍콩 민주화운동이 촉발된 건 2019년 6월9일. 그해 4월부터 홍콩 당국이 추진한 '범죄인 인도법안' 제정 때문이다. 누적인원 기준으로 홍콩시민 730만명 중 100만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후폭풍에 비해 법안 추진 배경은 의외로 간단했다.
 
2018년 한 홍콩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주했다. 범인은 검거됐지만 처벌이 문제였다. 홍콩은 속지주의 국가로, 외국에서의 범행은 처벌하지 않고 있다. 그 범인을 살인죄로 처벌하려면 대만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데, 홍콩과 대만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었다. 홍콩 당국은 대만을 비롯해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들과 협정을 새로 맺기로 하면서 중국도 포함시켰다.
 
 
 
 
2019년 6월 홍콩 당국이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에 반대하면서 촉발된 홍콩 민주화 운동은 그해 말까지 지속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 홍콩 당국의 '하나의 중국' 기조에 경종을 울렸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러자 시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 법안이 '반중 인사'들을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저변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건 '하나의 중국' 기조에 대한 반대도 깔려 있었다. 시민들은 6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광장으로 집결히 범죄인 인도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한국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축제에 가까웠던 한국의 '촛불집회'와는 달리 홍콩에서의 시위는 일촉즉발의 연속이었다. 분노한 시민들과 강경 진압 태세를 유지한 당국의 대치가 갈수록 수위를 더했다. 최루탄 공격을 비롯해 일부 폭력사태도 발생했다.
 
<뉴스토마토>가 2019년 9월 홍콩을 방문해 만난 '민간인권진선(민진)'의 웡익모 부대표는 "당국의 대응 수위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면서 "6월 이후 시간 지나며 점점 더 많은 홍콩 시민들이 거리에 나오고 시위 규모가 커지자 경찰이 먼저 시민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자 홍콩 당국이 시위대를 회유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거절했다. 웡 부대표는 "당국엔 매뉴얼과 절차가 없기 때문에 제안도 신뢰할 수 없다"며 "우리는 입으로만 하는 약속을 원치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법안 철회' 시작으로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결국 그해 9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법안 제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단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갈등 상태가 완전히 봉합된 게 아니었다. 시위대가 '5대 요구'를 내세웠다. 범죄인 인도법안 완전 철회는 물론 △경찰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위대는 "五大訴求 缺一不可(5대 요구 중 하나도 빠져선 안 된다)"를 외치며 중국 공산당과 홍콩 당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는 사실상 홍콩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었다.
  
민주파, 구의원 선거서 압승…시진핑의 충격
 
홍콩사태가 발생한 지 169일이 지난 2019년 11월24일 홍콩에선 구의원 선거가 열렸다. 구의원 선거는 홍콩 전역을 18개 지구로 분할한 뒤 총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하는 행사다. 행정장관 선거, 입법회 선거와 함께 홍콩의 3대 선거 중 하나다. 이 가운데 직접선거 성격 강한 선거(홍콩 구의원 선거는 완전 직선제가 아니다. 452명 외 27명은 간선제로 선출한다.)로 홍콩 시민들이 본인의 정치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구의원 선거인 셈이다. 
 
역대 홍콩 구의원 선거에선 양대파가 격돌했다. 한쪽은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민주파다. 다른 쪽은 공산당이 주창한 '하나의 중국' 기조를 지지하고 홍콩 당국이 추진한 범죄인 인도법안 제정도 찬성하는 건제파(建制派)다. 4년 전인 2015년 구의회 선거에선 민주파가 124석, 건제파가 331석을 확보했다. 
 
 
 
 
2019년 11월24일 홍콩에선 '구의원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민주파가 389석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런데 선거 개표 결과는 홍콩 시민과 당국, 중국 공산당을 모조리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민주파가 389석을 얻으며 '압승'한 것이다. 홍콩 민주화가 집회에 나선 일부 청년층의 목소리가 아니라 홍콩 시민 전체의 요구라는 걸 입증하는 결과였다. 무엇보다 홍콩사태 장기화로 인해 홍콩이 받을 악영향을 우려한 게 민주파 압승이라는 표심과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홍콩 내에서는 무엇보다 선거 결과가 시진핑 주석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친중파인 캐리 람 장관에 대한 탄핵 목소리도 높아갔다. 
 
기대에서 좌절로…코로나 유행과 트럼프 재선 실패
 
그러나 기대감은 해를 넘기면서 좌절로 바뀌었다. 시진핑의 '하나의 중국' 기조는 흔들림이 없었다. 홍콩 민주화에 대한 공산당과 당국의 강경 태세는 계속됐다. 세계 정세도 시진핑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홍콩 민주화의 바람은 세계적 관심에서 멀어졌다. '미-중 무역분쟁' 전선에서 홍콩 민주화 이슈를 대중국 압박카드로 사용하던 도덜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실패도 홍콩 시민들에겐 악재였다.
 
홍콩 샤틴구(沙田區)의 첸슈영 의원은 올해 6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 홍콩에선 코로나19로 집회 등을 할 수 없고, 4명 이상이 밖에 나와서 만날 경우 벌금으로 물린다"면서 "세계 각국도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노력하다 보니 홍콩에까지 신경을 못 쓰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홍콩 시위를 이어갈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데, 밖으로 나가서 홍콩 사정을 알리지도 못하고 홍콩으로 들어와 상황을 확인하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2020년 이후 홍콩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첸슈영 의원은 또 "홍콩 시민들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한 후보는 당연히 트럼프"라면서 "트럼프는 정말로 중국과 싸우는 느낌이 있었지만, 바이든 후보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안법까지 시행…"한 도시로 전락한 '홍콩'"
 
홍콩 당국은 지난해 7월1일부터 홍콩 보안법 시행에 돌입했다.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안전을 수호하는 법률제도와 집행기제 수립 및 완비에 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이라는 긴 명칭을 가진 홍콩 보안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홍콩의 안전을 저해하는 집회 등 정치행위를 예방하고 금지하며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을 저해하는 행위로는 △외세와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등 4가지가 규정됐다.
 
보안법까지 시행되면서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은 암흑천지로 뒤바뀌었다. 지난 16일 홍콩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홍콩 법원은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민주파 인사 7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 찬' 전 민진 대표에겐 징역 1년을 선고했고, 민진도 해체됐다. 우치와이 전 민주당 주석에게는 징역 10개월, 렁쿽훙 사회민주전선 주 주석은 징역 8개월, 에디 추 전 입법회 의원 등 3명은 각각 징역 6개월을 받았다. 
 
6월30일(현지시간) 홍콩 공항에서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민가는 한 소녀가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 시민에 대해 영국 이주를 허용한 이후 일부 홍콩 시민들은 중국 공산당의 홍콩 장악에 대한 우려로 홍콩을 떠나는 이른바 '홍콩 탈출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AP통신
 
8월 이후 연락이 끊긴 A씨는 <뉴스토마토>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홍콩에선 모든 게 다 무서워졌다"며 "젊은 사람들은 영국이나 호주, 미국 시민권을 얻어 어떻게든 홍콩을 탈출하려고 혈안"이라고 했다. 이어 "홍콩이 당장 몰락하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미래가 없다"면서 "홍콩이 중국 치하의 한 도시로 전락했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뉴스토마토 기획취재팀 최병호·신태현 기자 choibh@etomato.com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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