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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윤신

(영상)한국 '디지털세' 도입…홍남기 "국내 세수 소폭 증가 전망"

대형 IT 기업 조세 회피 문제로 2018년부터 논의 시작

2021-10-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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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매출을 올리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게 하는 일명 '구글세'가 오는 2023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100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후보군에 들면서 국내 세수 전망에 대한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 세수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1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 세계은행(WB) 앞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디지털세) 필라 1(Pillar·기둥)과 필라 2를 결합하면 세수에 소폭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정부는 판단한다"고 밝혔다.

◇ 구글·넷플릭스 등 대형 IT 기업 조세 회피 막고자 '디지털세' 논의 시작
 
디지털세 논의는 지난 2018년 구글과 넷플릭스 같은 큰 IT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돈을 벌지만, 세금은 본사나 서버가 있는 나라에서만 내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로부터 시작됐다. IT 기업들이 세금을 가장 적게 받는 나라에 서버를 둬 세금을 줄이는 조세 회피를 진행하고, 일부 국가는 낮은 법인세로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일랜드는 12.5%의 낮은 법인세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지난 4년간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로 인한 초국경적 제품 및 서비스 거래의 확산, 소비 증가로 인한 소비세 징수 문제와 해외에서 과세를 할 경우 자국 내 부가 가치세 징수 기반이 악화되는 등 문제점들이 지적돼 왔다. 또 국가별 디지털 경제의 비중 및 산업 구조가 달라 국제적 합의점이 다르고, 다수의 글로벌 IT 기업 국적이 미국인 만큼 그간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세 논의는 바이든 정부 이후 급물살을 타 지난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 회의에서 디지털세에 대한 최종 합의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OECD는 디지털세 필라 1·2 최종 합의문과 시행 계획을 논의하고, IF 140개국 가운데 136개국의 지지를 얻어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2022년 기술적 문제에 대한 조율과 각국의 세법의 정비를 마친 후 2023년부터 적용할 전망이다.
 
◇ 매출 발생한 국가도 세금 부여 권한, 136개국 최소 15% 법인세
 
구체적으로 OECD·G20 IF가 공개한 합의문에 따르면 디지털세는 거대 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기업이 매출을 올리는 시장 소재국에도 배분하는 필라 1과 거대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법인세 최저선을 설정하는 글로벌 최저한세 필라 2로 구성돼 있다. 
 
먼저 필라 1에서 초과이익 배분 비율은 25%로 결정됐다. 이는 연매출(연결 기준) 200억 유로(27조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이익 가운데 통상이익률의 10%를 넘는 초과이익에 배분율 25%를 적용해 세금을 시장 소재국에도 나눠 낸다는 의미다. 이후 2030년부터는 적용 대상 기업이 연 매출 100억 유로(약 14조원) 이상인 기업까지 확대된다.
 
필라 1을 보충하기 위한 필라 2는 그간 논의됐던 범위 가운데 가장 낮은 15%로 확정됐다. 연 매출액 7억5000만 유로(1조원)를 넘는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국가 간 무분별한 조세 경쟁을 방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다.
 
◇ 삼전·SK하이닉스 물망…홍남기 "필라 1·2 조합 시 2025년 이후 세수 플러스 예상"
 
우리 기업이 이익 일부를 해외에 낼 경우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적용 대상 기업이 확대되기 전인 2030년까지는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상 기업은 80여개에 달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 1~2개의 기업이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매출 200조원의 삼성전자는 필라 1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연매출 30조원으로 기준선 근처에 걸쳐 있는데 이익률에 따라 포함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시점에 플러스로 전환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중과세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를 고심 중이다. 우선 필라 1과 관련해 정부는 국내에 납부하는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기로 했다. 현재 시행 중인 외국납부세액공제(외납공제)를 준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업의 세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필라 2의 경우 향후 법인세 조정 등 작업을 통해 갈수록 세수 요인이 줄어들 수 있다. 홍 부총리는 "여러 가지 너무 많은 변수가 아직 검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 세계은행(WB) 앞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디지털세) 필라 1(Pillar·기둥)과 필라 2를 결합하면 세수에 소폭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정부는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글로벌 기업 구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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