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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배신자' 덫에 갇힌 유승민…"TK 오히려 거세졌다"

"장기간 누적된 배신자 이미지"…정책·공약·외연·토론에선 압도적

2021-10-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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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유승민 국민의힘 후보가 좀처럼 '배신자'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내 본경선 체제에 돌입한 유승민 후보의 제1 과제는 보수 표심이 집결된 대구·경북(TK)에서의 배신자 프레임 탈출이다. 공약 준비성과 정책 전문성, 외연 확장성, 도덕성 등에서 민주당이 내심 제일 두려워하는 후보로 꼽히지만, TK의 감정적 앙금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좀처럼 당내 선두주자로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되레, TK의 배신자 차단 흐름이 강화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어 그의 속앓이는 깊어만 간다. 
 
12일 복수의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후보의 고민은 단연 '배신자 프레임'이다. 한 관계자는 "예비경선 과정에서도 TK를 일곱 번이나 틈이 날 때마다 찾았다"며 "하지만 배신자 프레임이 사그라지지 않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다른 캠프관계자조차 "유 후보를 향한 앙금이 엄청 세게 남아 있는 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5년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했던 국회 연설이 발단이 됐다. 유 후보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중부담 중복지를 제안했다. 반면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해온 터라 둘 사이는 극도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원내대표였던 유 후보를 꼭 집어 "당선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세우기를 양산한다"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한다"고 말하는 등 보복정치에 나섰다. 이른바 '친박 감별사'가 등장한 것도 이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후보가 언젠가 '박근혜 대통령 심기를 그렇게 건드릴지 몰랐고, 일어나 보니 배신자가 돼 있었다'고 한 인터뷰가 기억난다"며 "당시 야당이 유 후보의 연설을 명연설이라고 박수까지 쳤으니 그때부터 사이가 틀어졌고 계속 박 전 대통령에게 옳은 소리를 하더니 탄핵 사태로 배신자 프레임이 박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TK 민심이 원하는 것은 유 후보의 사과인데 유 후보가 탄핵 자체에 대해 '잘못했다'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배신자론이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진 보수 당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는 것.  
 
유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제가 지난 시절에 정말 괴롭게 소신과 양심에 따라서 선택한 부분에(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해 제가 번복하거나 사과하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다"며 "그렇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확실하게 이길 사람은 저니,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본경선이다. 유 후보가 예비경선은 통과했지만 국민의힘 본경선 룰은 앞선 예비경선과 달리 당원 투표 50%가 반영된다. TK는 책임당원이 약 25%를 차지하는 데다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기 때문에 유 후보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으로 윤석열 후보와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에 공통적으로 책임이 있음에도 당내 지지도는 반대 양상이다.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옥살이를 시킨 장본인인 데다 주술 논란과 각종 실언에도 윤 후보 중심으로 친박이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유 후보는 친박의 핵심으로 측근 중의 측근이었기 때문에 윤 후보와 달리 배신자 프레임 잣대가 세워진 것"이라며 "윤 후보는 자기 할 일을 한 외부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인의 이미지는 장기간 누적된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쉽게 바뀌지 않아 해결책이 딱히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20대 총선때 호남 지지를 받지 못해 김정숙 여사가 당시 호남에서 상주하는 등 공을 들였는데 장시간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유 후보는 지금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TK 배신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는 유 후보가 단연 정책, 공약, 확장성, 경제 전문성 등에서 뛰어나고 안정적인 데다 토론 능력까지 겸했지만 TK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배신하고 바른정당 만들기를 주도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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