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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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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오징어게임의 생존 확률 0.2%

2021-10-12 06:00

조회수 : 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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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장의 본관 앞. 건물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다른 무리가 가로막는다. 이들은 모두 한 회사에 근무한다. 양측의 실랑이는 몸싸움으로 번졌고 부상자가 발생해 구급차에 실려 갔다.
 
지난달 말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고용안정위원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전주공장 노조와 이를 저지하려는 울산4공장 노조가 충돌했다.
 
생산 물량 분배가 원인이다. 현대차는 밀려 있는 울산4공장의 일감을 전주공장과 나누고 인기 차량의 생산을 늘리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울산4공장은 팰리세이드와 스타리아 등을 만든다. 팰리세이드는 출시 3년이 됐지만 여전히 수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스타리아는 6개월 만에 2만대 가까이 팔릴 정도로 수요가 많다. 팰리세이드는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전주공장은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를 주로 생산하는 데 일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주공장은 연간 10만대가량의 생산능력이 있지만 지난해 4만대도 만들지 못했다.
 
울산의 일거리를 전주로 옮기면 소비자는 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기간이 줄어들고 회사는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 전주는 일감이 생긴다. 그런데도 울산공장은 물량 배분을 반대했다. 자신들의 일거리를 충분히 쌓아두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지나친 이기주의란 비판이 쏟아졌다. 울산과 전주의 갈등도 고조됐다.
 
다행히 얼마 전 팰리세이드 증산과 스타리아 물량 일부 이관에 합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현대차 노사는 울산4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연간 2만대 더 만들고 스타리아 8000대는 한시적으로 전주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울산공장 노조가 보인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물량 분배에 대한 반발 배경에 고용불안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냥 손가락질하기는 어렵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점에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부품수가 30~40%가량 적고 생산공정도 상대적으로 단순해 인력도 덜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종사자 1100만명 중 300만명이 5년 이내에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예상이 크게 엇나가지 않는다면 고용불안은 증폭되고 노사갈등, 노노갈등이 표출되는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전기차 확대가 가속할수록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예견됐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안 팔릴 걸 알면서도 일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수요보다 많은 차를 만들 수 없는 노릇이고 많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기업의 경쟁력 저하나 대량 실업 모두 한 회사 또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
 
해법은 뚜렷하지 않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동료 의식을 버리면 최악의 결과만 남는다는 것이다. 노사 간에도 그렇고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일감의 절대적인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회사와 모든 직원이 만족할 방법은 없다. 조금씩 양보해 모두에게 덜 해가 되는 길을 찾는 게 현실적이다.
 
'내가 살고 보는 게 먼저'란 생각으로 동료를 적으로 돌리고 벌이는 생존게임의 승자는 소수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몰아내기 전에 자신이 먼저 사지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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