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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수

(토마토초대석)존리 "시장 불확실성? 변동성 아닌 기업 리스크를 살펴야"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2021-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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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3000선 아래로 고꾸라진 코스피에 국내 투자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들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시장 호황기를 누렸으나, 최근 시장은 대내외적 불확실한 상황들에 마주하며 조정 구간에 들어섰다.
 
전국민 금융교육에 앞장서며 동학개미로부터 '좐(John)봉준'이란 별칭을 얻은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시장의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고 기업의 리스크를 확인하는 투자를 하라고 강조했다. 당장 한푼 버는 것이 아닌 퇴직 후 노후자금 10억원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인플레이션이나 테이퍼링, 외국인 수급 등 단기적인 매크로 변수는 중요한 투자 결정 요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아래는 지난달 23일 <뉴스토마토>가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존리 대표를 만나 나눈 일문일답이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사진/메리츠자산운용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이 심상치 않아 동학개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수급, 인플레이션과 테이퍼링 등 매크로 변수까지 겹쳤는데, 조언을 해준다면.
 
그런 변수는 다 '변동성'이다. 맑은 날만 있는 게 아니라 비도 오고 눈도 오는 건데, 맞히기 어렵다. 주식에는 전략이 필요없다. 꾸준히 사 모으는 게 답이다.
 
변동성이 아니라 기업 '리스크'를 살펴야 한다. 내가 노후 소득을 위해 20년 투자했는데 20년 후에 그 기업이 망하면 안되지 않나. 그런 건 금융감독원 공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위험이고, 컨트롤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리스크가 아닌 변동성을 맞히려 하니까 매일 휴대폰을 봐야 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최근 동학개미들 사이에선 공모주 투자와 '빚투(빚낸 주식투자)' 열풍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주식에 투자할 땐 기업 투자가가 돼야 하는데 도박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빚투도 빚을 내 단기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 방법이다. 공모주 투자가 나쁜 건 아니지만, 몇주 받지 않아 의미도 없고 대부분은 단기 일확천금을 노린 자금인 게 문제다. 단기 매매는 성공하지 못한다.
 
한국인의 금융지식 점수를 10점 만점에 2.5점 정도로 평가하는 이유도 주식을 투기성 단기매매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예 주식투자 자체를 부정시하던 코로나19 이전에는 1점 수준이었다. 당장 한푼 버는 것보다 퇴직 후 노후소득으로 월 1000만원이 들어오게 해야 하고, 노후자산 10억원을 만든다는 목표로 주식을 사모으고 돈을 굴려야 한다.  
 
주식투자에 어느정도 전략은 필요하지 않나.
 
나이대별로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 나이가 서른이라면 70%는 주식(주식형 펀드 포함)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하고, 나이가 더 들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을 더 담는 식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서른이라면 거의 모두 주식에 투자하겠다.
 
무엇보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주식 직접투자하기 전에 퇴직연금, 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저축펀드부터 들어야 한다. DC형 퇴직연금이라면 원리금보장성 상품이 아닌 투자성 상품으로 돌려 돈이 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추가로 개인연금(IRP)를 들어 세제 혜택을 받아야 한다. ISA 연 2000만원과 연금저축펀드 연 400만원을 채우는 것도 월급쟁이에겐 버거운 일이다. 개별 주식투자는 이걸 다 채우고 하는 거다. 젊은 층에서는 이런 장기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코인하고 빚내서 투자하는데, 그건 안된다.
 
한국 주식은 잘 오르지 않고 변동성도 커서 해외주식이 답이라고 말하는 동학개미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주식은 매우 싸고 저평가돼있다. 아직 들어올 돈이 많은데 우리 스스로를 작게 만들고 비하하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연기금이 한국에 투자해야 하고, 퇴직연금 제도를 바꿔 약 1000조원의 놀고 있는 자금이 자본시장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금융문맹을 퇴치해 투자 문화를 형성하고, 주식 가격이 올라가고, 유니콘 기업이 나오고, 이런 큰 바다를 이뤄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지배구조가 외국에 비해 취약한 면도 있는데, 이 역시 주주가 강하게 요구하고 목소리를 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는 더더욱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지지 않으면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근면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한국이다. 다만 금융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애꿎은 사교육비가 낭비되고, 아이들이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로 길러지고 있다. 자본시장으로 돈이 들어오고 새로운 기업이 나오고 그런 선순환이 이뤄지는 자본시장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금융교육만 잘 되면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는 나라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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