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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태

(기자의 눈)금감원 분쟁조정제도 있으나마나

2021-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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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시장은 변곡점이 많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연체 위험이 커졌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금리 상한이 크게 낮아졌으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등 복잡한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변화폭이 커지면 늘어나는 건 분쟁이다. 소비자들은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처우를 받을 경우 이에 대한 시정을 금융사에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대형 금융회사를 상대로 소비자의 요구를 관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소비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금융분쟁조정 제도'를 운영한다.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합의를 유도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최근 분쟁조정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조정을 통해 사건이 처리되는 시간이 매년 길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분쟁조정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저축은행 등 비은행에서 '인용'이 결정된 사건의 평균처리 기간은 전년 대비 34일 늘어난 104일이었다. '기각'으로 결정된 사건도 전년보다 21일 늘어난 108일로 확인됐다. 
 
여전업권과 대부업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전업권에서 인용된 사건의 처리 기간은 24일이었지만 기각이 결정된 사건의 소요 기간은 136일이었다. 대부업권 분쟁조정은 가장 긴 시간이 걸렸다. 상반기 인용된 사건의 처리 기간은 180일, 기각된 사건은 237일로 80~100일가량 증가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법에선 사실조사 작업 등을 제외한 분쟁조정 사건 처리 기간을 30일로 정한다. 물론 이번 조사 결과는 분쟁 접수일과 처리일의 단순 차이를 산출한 지표로 일대일로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사건 처리 기간이 매년 지연되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분쟁조정 제도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면 그 타격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사건이 지연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겪는 고통의 시간도 비례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분쟁 해결에 지친 소비자들은 피해 구제를 포기하거나,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소송에 나서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분쟁조정 사건 처리 기간을 앞당기도록 담당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기초적인 사실 조사나 보완 등의 작업을 용역기관에 맡겨 시간을 절약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분쟁 조정에 대한 빠른 판단이 서야 사회적 갈등에 소요되는 비용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금감원의 설립 취지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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