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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의'눈')아이 낳아 키울 수 있는 나라는 올까

이성휘 정치부 기자

2021-09-25 06:00

조회수 : 17,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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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이의 온전한 성장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닌 이웃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소 관념적으로 받아들이던 말이지만, 최근 들어 절실히 체감하게 됐다. 8월4일, 내 인생 첫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다.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해 이제 50일 된 아이의 미소를 보면 피로가 사르르 풀린다. 분유 안 먹겠다고 칭얼대고 잠투정하는 모습은 자아형성 과정이기에 오히려 반갑다. 이틀에 한 번꼴로 보는 대변은 향기롭기까지 하다.
 
아이가 주는 기쁨은 분명 크지만 그에 비례해 걱정도 커진다. 가장 먼저 집이다. 부부 둘이서 살 때 부족함 없던 24평 전세 아파트는 아이가 하루하루 성장하면서 하루하루 좁아지고 있다. 옮기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주택청약 당첨은 수년째 기약이 없고, 집 근처 30평 전세를 알아보면 한숨만 터져나온다.
 
당장의 보육비도 부담이다. 아이가 숨만 쉬어도 돈이 들어가는 기분이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6번 이상 분유를 먹이고, 그 두 배 이상 기저귀를 갈아준다. 아이 관련용품이 이렇게 비싼지 처음 알았다. 주변에 이미 사교육을 시작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70세가 되는 2050년이 돼야 아이가 서른이 된다는 현실 역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현재 청년세대의 자립이나 사회 진출 시기는 계속 늦어지고 있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세대에 전가되고 있다. 2050년이라고 다를까. 과연 그때까지 일을 계속하거나 충분한 자산을 모아 아이를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을지 걱정만 쌓인다.
 
대한민국의 2020년 출산율은 0.84로 UN인구통계가 조사한 198개국 중 꼴찌다. 부부 한 쌍이 낳는 애가 한 명이 안 된다는 뜻으로, 한국은 인구 소멸로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로 지목된다. 정부는 2006년이 저출산 예산을 처음 편성하고 15년 동안 약 380조원을 투입했다. 결과는 지금의 저출산 현실이 말해준다. 결국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입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가 문제다. 문재인정부 들어 '생애주기별 보육정책'이 나오긴 했지만, 실제 도움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현재 여야 대선주자들은 만 0~2세에게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을 올리고 부모의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공약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육아에 일정부분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저출산 사태의 해결책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은 집과 일자리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보육정책을 내놔도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젊은 부부에게 안정적인 거주환경, 꾸준한 수입원이 보장될 때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고 저출산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내년 3월 대선에 나서는 여야 주자들이 국민들이 안심하며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보여주고, 차기 대통령과 국회가 이를 적극 수렴해 추진하기를 한 갓난아기 아빠가 간절히 기원한다. 아이가 성장하려면 아직도 많은 해가 남았다.
 
이성휘 정치부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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