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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공동부유 타깃된 헝다그룹…"'제2의 리먼' 우려는 과도"

중국, 부동산 부채감축 드라이브 …"디폴트 용인 가능성"

2021-09-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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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의 대기업이 흔들리면서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공동 부유' 정책의 첫 타깃이 된 만큼 헝다의 파산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제2의 리먼 사태를 걱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린 헝다 그룹 회생을 위한 직접 지원에는 나서지 않겠지만, 대신 행정적 지원 등을 통한 '질서있는 디폴트'(orderly default)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이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천명한 탓에 구제 금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경제 전반의 부채 감축과 함께 "부의 불균형을 없애겠다"는 공동부유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올 들어 중국이 부동산 자산 거품이 심해진다는 이유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헝다는 이달 들어 분양 중인 아파트 가격을 25% 낮춰주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섰지만 부동산 규제 강화 탓에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헝다그룹을 살릴 경우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헝다 그룹은 1조9500억위안(약 357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로 파산설에 휩싸였다. 시장에서는 헝다 그룹 파산의 연쇄적 영향이 중국의 금융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헝다는 현재 20만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고, 간접적으로는 38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홍콩의 웰시증권 이사인 루이스 체는 “헝다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부동산 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헝다 그룹 파산의 위협이 금융 시스템 전반을 위협한다는 것은 과장된 우려라는 의견도 있다. 압둘 아비드 아시아개발은행 거시경제연구부 국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은행의 자본 완충 장치는 에버그란데 규모의 충격을 흡수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했다.
 
실제 헝다그룹이 은행에서 빌린 자금은 중국 전체 은행 대출 총액의 0.3%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주택 구입 시 담보대출보다 선불로 집값을 지불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해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헝다그룹 사태가 악화된다고 해도 글로벌 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헝다그룹의 상황은 신흥국으로서는 과도한 부채를 짊어진 중국에 국한된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헝다 사태가 오히려 중국 경제에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헝다의 디폴트로 시장이 당분간 혼란에 빠질지 모르나 디폴트 도미노로 확대되지 않는 한 중국은 경영부실에 따른 우려를 털어내고 경제 전반에도 오히려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의 디폴트를 용인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중국 신용·금융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정책이 수반 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중국이 2022년 2월 동계 올림픽 개최, 가을 최고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 공동부유를 선언한지 1년 뒤 맞이하는 정치적 이벤트를 무난하게 지나기 위해서는 경기와 금융시스템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며 “최근까지 규제 강화라는 채찍질이 많았던 만큼 푸짐한 당근이 뒤따라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에버그란데 시티 플라자의 벽에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개발 프로젝트 지도가 보인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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