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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고점 없는 집값③)"공급이 쏟아지면 집값은 떨어진다"

물량에 장사 없다…”공급이 안정화 열쇠” 한 목소리

2021-09-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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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단기 매물 부족으로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으로 시야를 넓히면 전망은 다소 달라진다. 정부가 약속한 대규모 공급 대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수급 상황이 초과 수요 국면 상태지만, 수년 뒤에는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다수의 공급 계획을 쏟아냈다. 2018년 신혼희망타운용 공공택지를 시작으로 수도권 택지 30만호(9·21대책)를 공개했고, 지난해 5월에는 서울 7만호, 8월에는 13만호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에는 2·4 대책으로 불리는 주택공급 방안도 밝혔다. 정부는 이 대책으로 전국에 약 83만호의 주택 공급부지를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수도권에서 약 61만호를 공급하는데 이 중 절반 정도인 약 32만호가 서울에서 나온다. 이후 여당 주도로 발표한 ‘누구나집’ 시범지구, 또 태릉과 과천 등에서 변경된 물량도 있다. 그간 정부가 신규 공급을 약속한 주택은 전국 200만호에 육박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간 공급은 외면한 채 공공주도만의 방식이란 한계는 있지만, 중장기적인 물량만 놓고 보면 시장 안정화에 어느정도 기여할 수 것이라는 게 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공급물량이 나오고 입주시점이 되면서 수요를 흡수할 때쯤에는, 초과 수요 양상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 규제나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수요 억제책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정부 공급물량이 입주할 쯤에는 하향안정화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도 “200만호가 차질없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 된다면 가격은 하락한다”라며 “공급이 쏟아지면 집값은 당연히 떨어진다”라고 언급했다. 
 
최근 가파른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배경에서 이 같은 전망이 나온다. 정부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주택시장의 진단과 향후 전망 및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 방안'이라는 부동산 포럼을 열고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집값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포럼에 참석해 “서울시 아파트 신규 공급 대부분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이뤄진다”라며 “재건축 관련 규제 강화로 서울 내 주요 입지의 재고 아파트 희소가치만 높아졌다”라고 진단했다. 또 “정비사업 해제로 인한 신규 아파트 공급 급감은 주택 가격 상승 원인을 제공했다”라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 공급 부족인 만큼, 공급이 쏟아지면 집값이 잡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낙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주택 중 멸실주택이 나오면서 신규 공급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고, 집값 폭락에 따른 경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부양을 위한 정책이 제시될 여지도 있다. 
 
송 대표는 “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등의 방식이 더해진다면 집값의 거품을 빼거나 급락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주택 시장에서 필요한 방향은 가격 안정화이고 전체 경제 상황도 같이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폭락 수준의 하락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중장기적으로도 하락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견해 역시 공존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200만호 가량을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확정되지 않은 물량도 상당수”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의 공급 의지는 있다”라면서도 “현실화가 가능한 공급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불확실해, 하락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수요는 영원하지 않고 다른 변수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조정을 맞을 가능성은 있다”라면서도 “정부 공급 물량이 일시에 나오는 게 아닌 장기간에 걸친 것이기 때문에, 공급이 나온다고 집값이 떨어질지 현재로선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집값 하락조정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신규주택뿐 아니라 재고주택의 매물 회전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매매시장에 남아있는 수요를 흡수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신규 공급이 나오더라도 거주의무기간과 분양권 전매 금지까지 적용되면 매매시장에서 매물은 풀리지 않는다”라며 “재고주택의 매물이 많아지면 매도자끼리 가격 경쟁을 하락하면서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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