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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새나

아프간 책임론 두고 갈라진 미 의회…"바이든 탓" vs "트럼프 탓"

공화당, 미 국무장관 블링컨 사퇴 요구

2021-09-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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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대혼란의 책임에 대한 공방이 미국 의회에서 본격화됐다. 장외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까지 조 바이든 행정부를 강력 비판하며 차기 대권 재출마를 강력히 시사하기도 했다. 
 
13일(현지시간)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아프간 철군 관련 청문회를 열고 블링컨 장관을 출석시켰다.
 
이 자리에서 공화당은 아프간 철군 과정이 재앙이자 수치였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했다. 일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원 외교위 간사 마이클 매콜 공화당 의원은 "미국인과 아프간인 일부를 남겨두고 온 것은 탈레반과 다른 적국들을 북돋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단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배신'"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조 윌슨 의원도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정부의 급속한 붕괴를 예상하지 못했고, 모든 미국인이 8월31일 이전에 출발할 수 있도록 보장하지 못했다"며 "지난 7월 정부의 바그람 기지 폐쇄 결정은 미군 13명이 숨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리 젤딘 의원 역시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고 엉터리로 수행됐다"면서 "난 당신이 사임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리더십"이라고 블링컨 국무장관을 공격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블링컨을 해고하라'는 성명을 내고 블링컨의 재앙적 대처와 약한 리더십이 미국인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사진/뉴시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트럼프 전 행정부로부터) 철군 시한을 넘겨받았다"며 반박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치밀한 계획 없이 철군 일정을 정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아프간 철군은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탈레반과 합의한 것으로, 당초 지난 5월1일 완료 예정이었으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8월31일로 연기됐다. 
 
블링컨 장관은 또 미국이 더 머무른다고 해서 아프간 자립이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고, 철군 결정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사전협의를 통해 만장일치 찬성을 끌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 같은 전략적 경쟁자나 이란, 북한 같은 적성국은 미국이 20년 전쟁을 다시 시작해 아프간에서 또 다른 10년간 수렁에 빠지는 것을 더 좋아했을 것"이라며 철군 정당성을 옹호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현지 상황에 대한 오판은 인정했다. 그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가장 비관적 평가조차 미군이 철수를 완료하기도 전에 아프간 군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보다 더 질서 있는 철군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와 블링컨 장관을 두둔했다.
 
민주당 소속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대통령은 아프간전 종전을 약속했고 그걸 임기 내 준수했다"며 "그런데도 화를 내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외교정책을 국내 정치 논리로 재단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또 "혼란스러웠던 20년 전쟁에서 원만한 철수가 어떤 것인지 한번 들어보고 싶다"며 엄호했다. 
 
같은 당 브래드 셔면 의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철수 계획이나 대피 대상 아프간인의 목록을 갖고 있었냐고 질의하면서 "사람들이 카불공항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질서 있고 성공적인 대피는 있을 수 없다"고 방어했다.
 
오는 14일 미 상원 외교위도 아프간 철군 관련 청문회를 예고한 상태다. WP에 따르면 적어도 5개 의회 위원회가 아프간에서 미국 전쟁이 어떻게 끝났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와 양당의 책임공방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도 아프간 철군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였다면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역사상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부모는 바이든이 아닌 나와 대화하길 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사실상 재출마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9·11 테러 20주년 메시지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바보'라고 부르며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 철군 중 패배 속에 항복했고, 우린 이런 무능이 야기한 망신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할리우드에서 열린 권투 경기에 해설자로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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