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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영상)가계대출 증가세 꺾이는데…정부 '오버'에 전세대출 어쩌나

2021-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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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전세대출 규제를 고심하고 있지만, 정작 주요 은행의 대출잔액은 증가세가 꺾이는 양상이다. 전세매물이 줄어든 탓으로, 총량만을 바라본 정부의 섣부른 시장 진단에 애꿎은 실수요자들 주거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토마토>가 14일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을 취합한 결과 9월10일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99조3988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달 말 98조7593억원보다 6395억원 올랐다. 10일 간 증가분은 7월(1조5115억원), 8월(1조7899억원) 한 달 증가분의 3분의1 수준이다. 이같은 증가세가 지속할 경우 이달은 추석연휴가 자리한 점을 감안, 잔액 증가세는 전달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는 농협은행이 지난 8월24일부터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을 중단한 영향이 반영됐다. 보통 전세대출을 신청부터 실행까지 길게는 10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 때문에 이달 들어 다수의 대출 수요가 시중은행으로 넘어왔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0일 이후 잠시 전세대출을 멈췄다가 1일부터 재개했다. 주요 은행 5개에서 4개로 대출 취급이 줄었음에도 전반적인 은행권 전세대출 수요는 안정적으로 잡히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실행 시점을 보면 아직까지는 8월말 이후 신규 신청보다는 기존에 약속된 대출이 적지 않다"면서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 운운과 일부 은행 중단 등의 영향은 신규 신청이 대다수인 추석 전후로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전세대출 잔액은 오히려 전세 공급과 연관성이 짙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세부족의 정도를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가 5월 105.5, 6월 108.1, 7월 113.3로 최근 3개월간 오름세다. 수치가 100을 넘어서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다는 의미로, 직전까지 2조원을 넘던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월별 전세대출 잔액 증가는 5월 이후부터는 2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대출 다수가 실수요자라는 의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단순 총량의 증가만 놓고 전세대출의 규제 적용 여부를 고민하는 모양새다. 실제 5대 은행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은 19조6299억원, 전세대출은 14조7543억원 증가했다. 은행 주담대 계정에는 전세대출이 포함되기에 이 기간 주담대 증가의 75.1%가 전세대출인 셈이다. 
 
당국은 전세대출에 단순한 주거 수요 이상의 투자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세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이 전세대출에 나섰다면 최근엔 여윳돈이 있어도 대출을 받고 남은 돈으로 주식 등 투자활동에 나선다고 보는 것이다. 또 전세대출을 받고 월세로 옮긴 뒤 대출자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도 관측되고 있다. 
 
당국의 이런 판단에는 무주택자의 갭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 또한 영향을 미쳤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경우로, 국토교통부는 9일 올해 상반기 갭투자자 중 무주택자 비중이 64.7%로 지난해 상반기(52.6%) 대비 10%p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세대출이 최대 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 외곽지역의 구축이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한 대출이 다수인 것으로 분석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 형태가 여러 채를 매입하는 투기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실상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추석 이후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 유관기관·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전세대출 등 가계부채 대책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표/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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