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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안' 뜨나 '못' 뜨나…'배신자 프레임'에 대구 직접 공략

"TK 민심 회복이 먼저" 대구 찾아 정면돌파…"섭섭한 마음 거둬달라"

2021-09-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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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대구·경북(TK) 민심 공략에 나섰다. 당의 심장부와도 같은 대구 민심은 유 후보에게 반드시 넘어야 하는 관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보수진영 내에서 '배신자' 낙인이 찍힌 것이 그에겐 너무나 뼈아프다.  
 
13일 대구를 찾은 유 후보는 서문시장에서 열린 상인 간담회에서 "시·도민들께서 저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TK 민심의 현주소를 시인한 뒤 "섭섭한 마음을 거둬주시고 지지해 주신다면 지지도가 아주 빠른 기간 내 급상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자신한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26일 대선 출마 선언 직후 곧바로 고향인 대구를 찾았던 유 후보는 이날도 대구를 방문해 TK 적자임을 내세우며 지지를 당부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자신에게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벗어나야만 현재의 지지율 정체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그는 보수의 심장인 TK의 '적자'로 평가 받았다.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입성, 대구 동구에서 18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했다. 그러나 2015년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소신 발언으로 박 전 대통령과 척을 졌다. 또 공무원 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당시 야당이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을 수용하면서 결국 박 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곧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이 찍혔고, 이 프레임이 아직까지 굳어져 TK 지역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가 13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유승민 캠프 제공
 
최근에는 보수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석열, 홍준표 양강에 밀려 1중의 신세에 머물러 있다. 홍 후보가 '홍카콜라'답게 시원하고 간결한 발언으로 젊은층의 지지를 얻으며 양강으로 올라섰지만, 유 후보는 지지율 정체를 보이며 여전히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모습을 보였다.
 
여의도에서는 경제전문가 이미지와 그의 정책 실력 등을 감안하면 여권의 정세균 후보와 마찬가지로 '뜨지 못하는 게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젊은층, 중도층 등 지역과 세대, 이념을 넘어 외연 확장 면에서 유 후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만 현 판세가 굳어질 경우 유 후보의 반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유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탄핵 이후 새누리당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정권재창출을 못하고 오만하고 무능한 문재인정권에 정권을 빼앗겼던 점에 대해서는 정치를 했던 한 사람으로서 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구경북에서만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제가 국민의힘 후보가 될 수 있고,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가 저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 후보 측은 이 같은 후보의 진정성 있는 호소가 TK 지역민들에게도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는 판단이다. 유 후보 캠프의 권성주 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전 대구 서문시장을 다니며 인사를 드렸다. 2~3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이제 '배신자'라고 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품격 있는 보수 정치인 유승민 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역에서 서운하게 생각했던 분들도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유승민을 도와줄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유 후보의 진가가 발휘되는 TV 토론을 반전의 계기로 보는 분위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권자들이 결국 본선 경쟁력을 생각해 전략적 판단으로 유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지금 윤석열 리스크가 커지면서 홍 후보로 쏠림 현상이 생겼는데, 토론회가 진행되면 또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홍 후보조차 본선 경쟁력에서 불안하다고 하면 제3의 후보인 (유 후보에) 초점이 옮겨갈 수 있다"며 "기존 '배신자 프레임'을 거둬들이고 유 후보에게 주목할 기회는 있다"고 전망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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