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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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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시론)‘영화는 영화다’

2021-09-14 06:00

조회수 : 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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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로 평가하자’는 주장은 영화가 선전·선동의 도구로 탄생했다는 영화라는 매체의 태생적 비밀도 모르는 너무나도 바보 같은 생각일까?
 
중국 영화 <금강천 金剛川>(국내상영 제목 ‘1953 금성대전투’) 수입 논란이 수입배급사가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제출한 등급분류신청을 자진 철회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씁쓸한 뒷맛이 가시지 않는다.
 
중국의 시각으로 제작한, 6·25 전쟁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영화지만 대중에게 판단을 맡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금강천>의 관후(管虎) 감독이 역시 연출한 영화 <팔백八佰>이 오는 11월 일본에서 개봉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는 더욱더 그렇다.
 
영화 <팔백>(2020)은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상하이 점령에 나선 일본군에 대항한 800명의 국민혁명군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로,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인 2020년 개봉해서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20억위안(3607억8000만원)의 수익을 돌파한 흥행 영화다. 역시 애국주의 영화로 중국의 시각으로 ‘항일전쟁’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일본 내 개봉이 확정됐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영화는 일본의 시각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일본 개봉을 막지 않았다.
 
영화에서 표현된 일부 장면이 역사를 왜곡한 데다 6·25 전쟁을 ‘미중대리전쟁’으로 뒤바꿔놓은 <금강천>이지만 굳이 수입을 막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에 이어 ’화평굴기‘(和平 起 평화롭게 우뚝 선다) 시대를 끝내고 시진핑 시대에 접어든 중국은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는 ‘돌돌핍인(逼人)’의 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의 대결도 주저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대해 사드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중국 애국주의 영화는 국제무대에서 초강대국 미국을 대신하는 중국의 역할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영화 <전랑>1, 2와 <유랑지구> 등 블록버스터급 애국주의 영화는 역대 중국 영화 흥행 순위를 갈아치우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된 <전랑2>와 <유랑지구>의 유료 관객 수는 1만7,000여명에 그칠 정도로 저조했다.
 
우리 관객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금강천>은 극장 개봉보다는 IPTV나 OTT 시장을 통해 유통을 하려던 수입사의 의도였으나 그마저도 불발됐다. 가만히 놔뒀더라면 관심도 없는 영화인데, 괜스레 ‘노이즈마케팅’으로 홍보를 해준 격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충칭의 붉은 봄>(서명수 2021. 서고 刊)이라는 다큐소설이 지난 7월 출간됐다. 소설은 ‘보시라이(薄熙 ) 사건’을 소재로 중국 권력 핵심인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가상의 소설은 2022년 장쩌민江 民) 전 주석의 유고와 시진핑 측근의 납치극 등을 제시하면서 중국 권력 지형의 변화를 표현했다. 이 같은 내용은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대단히 불편하게 여겨서 중국 내에서는 ’금서’로 지정하거나 유통조차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 近平) 사상’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과 더불어 3대 사상으로 주입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중국이다.
 
중국 애국주의 영화는 후진타오 시절의 <건국 대업>(2009)을 넘어 <전랑>과 <유랑지구> 등을 통해 신시대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을 대신하는 중국의 역할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사회는 언제든지 역사 왜곡과 도덕과 사회상규라는 잣대로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영화 <금강천>로 되돌아 가보자. 이 영화는 2020년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 이라 부르는 6·25 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한 ‘애국주의’ 영화다. 영화는 당시 휴전협정 조인을 2주일 앞두고 중공군이 12개 사단을 동원해서 대공세를 벌인 철원 금성천 전투를 소재로 했다. 특이하게도 영화에 국군과 북한 인민군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대신 미군 전폭기와 중공군과의 대결 신이 지루하게 반복된다. 마치 미군과 중공군이 이 전장의 주역으로서 ‘대리전쟁’을 벌이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이 영화는 ‘유튜브’를 검색하면 쉽게 전편을 볼 수도 있다. 영화 개봉 당시 미중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는 정황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여 만에 4억여 위안(72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서 제작을 마쳤다는 이 영화의 제작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6·25 전쟁 당시의 흑백화면을 시작으로 ‘미국의 침략에 대항하고 북한을 도와 참전하게 됐다’며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전개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뽕영화’ 계열에 손꼽히는 <명랑>과 <국제시장>(2014), <봉오동전투>(2019) 등도 베트남이나 일본의 시각에서는 불편하지 않을까?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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