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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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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일문일답] 이승현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제대로 된 예방·교정 먼저"

2021-09-11 03:00

조회수 :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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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기사 속 전문가 의견은 대부분 한두 마디 인용될 뿐,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당시 전문가와 주고받은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다듬어 소개합니다. 오늘은 촉법소년 문제에 대한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지난 8일~10일 보도된 '한계 넘은 촉법소년 범죄' 3부작에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지금 국회에선 촉법소년 연령 하한을 기존 만14세에서 만13세 또는 만12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이 계류중입니다. 18세 미만 소년범이 사형·무기징역에 해당하면 기존 징역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법안, 이같은 감형을 아예 없애는 법안도 발의돼 있습니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 '소년강력범죄에 대한 외국의 대응동향 및 정책 시사점 연구'로 촉법소년 연령 하한과 형벌 강화에 큰 효과가 없었다고 결론냈습니다.
 
일본은 2007년 소년원 송치 연령 하한을 14세 이상에서 12세 이상으로 낮췄고, 2016년 6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18세 때 친구를 살해한 범인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소년범 문제는 여전하다고 합니다.
 
미국의 형사책임 최저 연령은 주별 7세~10세로 다양합니다. 소년사건 적용 연령 기준 상한은 15세~17세까지입니다. 대부분 주에서 소년 범죄자를 소년법원에서 형사법원으로 쉽게 이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80년~2010년 총기와 마약 범죄가 두배씩 늘었다고 합니다.
 
연구서 발행 이후 3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논란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이 선임연구위원의 생각을 지난 7일 물었습니다.
 
-연구서에서 소년사법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대해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줬다. 다만 잔혹한 소년형사사건에 대한 현실적인 양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촉법소년을 포함한 소년범죄가 경악할 수준으로 반복되는데, 현실적인 양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촉법소년 나이 하향은 아직 필요 없는 수준으로 보는가.
"양형 부분은 여전히 점점 더 관대해지는 것 같다. 왜냐하면 거의 사건이 집행유예가 많다. 소년사건의 경우 보호와 형사처분으로 나뉜다. 형사로 간 사건은 성인에 비해 심각해 보이는 사건이 대부분이다. 법원 사법연감 통계를 보면 대부분 집유나 10년 이내 단기형이 많다. 형량을 아무리 높게 설정해도 지금의 양형 추세라면 실질적으로 법정형이 나중에 양형으로 반영 안 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법정형만 높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은 안 된다. 
 
한 번도 소년범에 대한 양형 부분에 대해 언급하거나 숙고한 적이 없다. 우리 소년사법체계에서. 이제는 양형체계가 맞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서 세심하게 봐야 한다.
 
촉법소년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된 사안이다. 연령 기준이 사실은 입법적 결단의 문제이고 사회 분위기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지금과 같이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는 건 소년 범죄의 원인이 뭐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우리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소년범죄는 대부분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다루는 사건 외에는 대부분이 우발적이거나 생계 위주의 범죄가 많다. 강력범죄 비율이 높다고 강조하는데 전체 소년범 중 강력 범죄는 5%도 되지 않는다. 그 중에 강력 범죄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가 성폭력이다.
 
성폭력 범죄는 처벌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고, 치료나 성인지를 바꿀 수 있는 교육이나 치료가 병행돼야 하는 범죄다. 지금처럼 형사처벌 연령을 계속 높인다든지 이런 방법으로 해결되는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대상이 어떻게 문제 되고 있어서 어때야 한다는 고민 없이 무조건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런 쪽으로 가는 건 실질적으로 보고서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영국이나 다른 국가도 연령 인하와 강력 처벌 노력들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년범이 줄었다는 근거는 없다.
 
영국은 (형사책임 연령이) 10살이고, 일본은 살인 사건 발생할 때마다 법률 개정해서 연령을 인하하고 소년원 송치 연령 인하했지만 여전히 소년범죄는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원인을 보면 가정의 영향이라든지 아니면 아이들이 특정 미디어로 폭력을 학습한다든지 사회관계 문제에 있어서 이런 것이 발생한다. 이걸 개인에 대해 형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지, 적절한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령을 논의하는 건 좋다. 소년법 개정 이후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이 연령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건 좋지만, 그것이 어떤 대상에 어떤 연령이 특별히 증가했는지 검토 없이 무조건 '연령을 낮춰야 한다',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심지어 몇몇 입법은 사형 무기형도 가능하도록 말도 안되는 법안이 올라오는데 굉장히 우려스럽다."
 

촉법소년에게 딸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 적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 사진/청와대 웹사이트 캡처
 
-미국 같은 경우도 주별로 다양하다. 1980년에서 2010년 사이 범죄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고서에 나와 있다. 청소년 재산범죄는 절도가 82% 줄었는데 총기 범죄는 101%로 두 배 늘었다, 보고서는 나이 조정만 가지고는 해결 안 된다는 취지 같다.
"네. 보고서를 보면 범죄율이 국가마다 특정한 범죄율이 있다. 미국은 총기 사고로 인한 청소년 범죄 사고가 많고. 우리나라처럼 사이버 범죄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 미디어 매체 활용도가 우리처럼 크지 않아서.
 
파장 효과가 국가별로 대응책이 다르긴 하다.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범죄 대응책이 필요한데 이런 입법례 얘기할 때 '영국은 10세니까 우리도 낮춰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국가의 문화적 상황이나 여러 특징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외국이 이 연령대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대로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할 수는 없다.
 
(영국은) 10세 이상에 대해서도 절대 형사처벌 하지 않는다. 약식명령이나 보호처분으로 돌리지, 연령만 낮췄지 실제 처분은 그렇게 가져가지 않는다. 국가별로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범죄는 개인적인 서사가 다 있다. 서사가 만들어진 문화적 배경이 나라마다 다를 것이고. 이런 의미죠.
"네."
 
-전자발찌 살인마 강윤성은 17세에 처음 특수절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고 소년범 처벌을 강화한다 해도 교정이 문제일텐데. 현재 교정의 미비점과 시급한 개선점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재 교정은 사실은 소년의 형사처벌에 의해 소년교도소로 간 아이들은 실제적으로 교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그 교정 시설이 전국에 김천 소년교도소 하나밖에 없다. 그 교정 시설 내에서도 성인범이 훨씬 많은 구조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소년 교정이 잘 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보호 처분에서도 가장 중한 형인 소년원 송치의 경우에서 과밀 문제가 심각하다. 소년원이 전국에 많지 않아서. 간 경우에도 제대로 된 교육이라든지 수용에 대한 처우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서 안에서도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 초기 단계에 있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 말고 교정 단계에서 어떻게 소년들이 처우돼서 사회로 나오고 있는지 더 살펴야 할 것 같다.
 

최근 3년간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 증가 현황. 자료/경찰청
 
지금 보면 우리 소년 범죄 통계에서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범죄 통계에서 4범 이상 소년범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초범이 소년사법체계에 들어와도 교정이 제대로 안 되고 계속 범죄가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부분에 더 집중해서 소년 교정 처우가 잘 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현재 수용되는 아이들이라도 제대로 처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강윤성 사건이 그걸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처음 소년 사법체계로 들어가기까지 그 앞의 비행 행위가 많다. 초기 단계에서 발굴 안 되거나 경찰 단계에 와서도 훈방 등으로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검찰이나 법원 단계로 넘어왔을 땐 아이들 비행이 장기화되거나 심화된 아이가 많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처우하기도 상당히 어렵다. 초기 비행 진단과 개입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요즘 애들 영악하니까 나이 조절해야 한다고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성숙해서가 아니라 영악한 것'이라고 했다.
"정보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학습하는 행동이 서슴없이 되고 있는 것이지, 아이들이 이걸 범죄라고 어른처럼 판단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신체적으로 성숙하면 정신도 그럴 것으로 보고. 그리고 어떤 것에 대해 우리가 법이 말하는 형사책임은 스스로 범죄에 대해 변별할 수 있고 의사결정 능력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 능력이 소년이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체적 성숙만으로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건 옳지 않다."
 
-가해자 부모가 '내 아이는 촉법소년인데 어쩔거냐'고 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어른 책임도 큰 것 같다.
"그렇다. 사실 청소년 문제의 가장 큰 책임 원인은 부모에서 기인한다. 부모의 양육 태도라든지 부모가 어떠한 자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대해왔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먼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 부모가 굉장히 지적받아야 할 점 중 하나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빨리 피해 회복을 위해 피해자한테 사과한다든지 어떠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적인 자세로 변호인을 선임한다든지 '내 애는 촉법소년이라 괜찮아', 아니면 '내 애는 정신질환 문제가 있어' 이런 식으로 방어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부모의 자세다. 그것부터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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