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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반도체냐, 백신이냐'…이재용 출소 후 첫 현장경영은

평택·송도 등 국내 주요 사업장 방문 가능성

2021-08-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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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240조원 규모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지만 외부 활동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공개적인 활동에 나서기 주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재계에선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조만간 현장경영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2주가 넘도록 외부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관련 재판에 오간 것 외에는 외부에 노출을 꺼리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고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의 빈소를 찾았을 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는 당초 재계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출소 당시 발언과 곧바로 서울 삼성 서초사옥을 찾은 것을 고려할 때 경영 복귀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가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며 역할론을 강조한 것도 활발한 경영 활동을 예상하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출소 후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취업논란을 의식해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외부 활동에 나서는 대신 내부에서 사업 현안을 챙기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이 내놓은 24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조율하고 발표를 결정했을 공산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면서 삼성의 경영도 정상화되고 있다"며 "각사 이사회에서 결정하겠지만 이 부회장이 이번 투자계획의 큰 틀을 조율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조만간 외부 활동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첫 현장경영의 행선지는 반도체나 바이오 사업장이 꼽힌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사업장인 평택캠퍼스 P3 공사 현장이나,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본사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추석 연휴를 활용해 해외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재판이 추석 연휴로 한 주 휴정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연휴 기간을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찾은 사례가 많았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2016년 설에는 미국 출장길에 올랐고 같은해 추석에는 인도 뉴델리를 찾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지난해 설 연휴에는 브라질을 찾아 삼성전자 마나우스 법인, 캄피나스 공장을 방문했다. 
 
유력 출장지는 미국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백신 위탁생산을 맡긴 모더나 본사를 찾아 정부가 당부한 '백신특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후보지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경영 공백이 있었던 만큼 하루 빨리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외부 경영활동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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