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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토마토칼럼)'미라클'을 말하기는 이르다

2021-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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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 정부를 도운 협력자와 가족 390명이 이틀에 걸쳐 입국해 충북 진천군에 있는 임시 시설에 입소했다. 마치 영화 속 이야기와도 같은 입국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영화보다 더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볼 때 현지인의 이송이 절대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던 만큼 찬사를 받기에도 당연했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도 컸다. 시설 입소자 중 2세의 남자 어린이가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간 것이 주목을 받았고, 가까운 이웃의 일인 것처럼 늦은 밤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소식에 안심의 마음을 담아 기사로 옮겼다. 입소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이미 국내에서 50일 넘도록 네 자릿수 확진자가 이어지는 것과 비교해서도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협력자의 특별 입국에 대한 여론도 호의적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외신을 통해 보면 우리에게는 낯선 이방인이 국가 시설에서 머무는 것에 딱히 호의적이지 않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 3년 전 이스탄불을 여행하기 위해 검색했던 이슬람 여성의 복장 중 '부르카'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연관 국가 중 하나로 아프가니스탄이 있었다. 당시에는 단지 참고에 불과했던 참혹한 사진의 모습은 이제 현실이 됐다.
 
특별 입국자는 앞으로 약 6주간을 더 임시 시설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국민의 관심은 이어지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상황이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잘 적응하는 것이 비 오는 입소 당일 벌어졌던 과잉 의전 논란보다도 훨씬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미 드러났기에 논란의 시발점은 어디인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만일 그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라클(기적적인)'한 작전으로 이송된 '특별기여자'도 '미저러블(불쌍한)'한 처지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국내에 사는 아프간인에 대한 정부의 조처도 특별 입국자 못지않게 주목해야 한다. 국내 체류 아프간인에 대해서는 인도적 특별체류가 허용됐지만, 앞서 지난 3월 자국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인에게 시행됐던 특별체류 조처에 대해 실질적인 보호 대책으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인권단체의 지적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특별 입국으로 이러한 문제 제기가 다소 묻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잠시 묻혔던 문제도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시기가 오게 된다.
 
특히 현지 협력자와 가족이 국내로 이송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거론한 정부의 난민 정책은 이 기회에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94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우리나라에 보호를 요청한 신청자 중 난민으로 인정된 비율은 3%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난민 정책은 아직 경직된 상태다. 
 
이번에 국내에 입국한, 또 체류 중인 아프간인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계속해서 경직돼 있다면 앞으로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못할 것이다. 난민에 대한 인식도 쉽게 개선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굳이 밀집 지역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외국인 노동자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들은 정치적 박해가 아닌 자국에서의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경제적 난민으로도 볼 수도 있다. 지금 특별 입국자에게 보내는 관심의 정도로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난민에 대한 포용의 마음을 가져보자고 호소하고 싶다.
 
정해훈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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