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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의'눈')국회서 잠든 OTT법, 기본 정의는 만들어야

2021-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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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형 콘텐츠 사업자인 디즈니가 오는 11월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국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전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1위 사업자 지위를 확고히 한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다. 또 다른 공룡 사업자의 등장 예고에 넷플릭스와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OTT 업계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국내 OTT 산업 육성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단말 기술력과 한류 콘텐츠 경쟁력을 결합해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토종 OTT 플랫폼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사업자의 스마트폰 단말에 토종 OTT 플랫폼을 추천하는 메뉴를 만들고, 수출용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지난달 발표된 세법개정안에는 OTT 콘텐츠 제작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육성 의지와 다르게 그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OTT에 대한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은 OTT를 전기통신사업법상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했다. OTT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지만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인 OTT 플랫폼이 국내 콘텐츠 시장을 주목하며 상륙을 준비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기본적인 OTT에 대한 정의조차 아직 없는 셈이다.
 
토종 플랫폼 육성 논의가 발을 떼지 못한 사이 곳곳에서는 갈등이 터졌다. 음악저작권 단체와 OTT 사업자가 음악저작물 사용료를 놓고 분쟁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말 '음악저작권 징수규정 개정안'을 수정 승인했다. 올해 1.5%의 OTT 음악사용료율을 2026년 1.9995%까지 높인다는 내용이다. OTT 업계는 반발하며 문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체부 등 OTT를 둘러싼 관련 부처의 거버넌스 주도권 경쟁도 갈등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정부 합동으로 발표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은 2022년까지 국내 플랫폼 5곳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올해도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과연 내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토종 OTT 플랫폼이 탄생할지 의문이다. 오히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해외 사업자의 공습을 막기에 급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플랫폼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빛바래지 않으려면 그 시작점인 OTT법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김동현 중기IT부 기자(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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