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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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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거제 부동산 분석)선박 수주 증가하면 아파트가 뜬다

작년말부터 거래증가·가격상승 'ing'…분양가에 자신감 반영 4억 돌파

2021-08-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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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거제는 IMF 외환위기 때도 큰 하락 없이 계속 가격이 오른 곳이다. 그러다가 2010년대 중반에 한꺼번에 1만 세대가 공급된 데다 조선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아파트 시세도 주저앉았다. 유림(노르웨이의숲)이 그때 지은 곳인데 당시 최고가가 3억9000만원이었고, 지금 시세가 3억9000만원이다. 거제 아파트들이 올해 꽤 오르긴 했지만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협력업체 직원들이 유입돼야 원룸, 투룸이 차고 아파트 주민들은 새 아파트로 옮겨 갈 것이다. 아직 실수요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살 때 진짜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
 
경남 거제시의 ‘빅아일앤드 in 거제’ 개발이 한창인 장평동 소재 한 중개업소 대표의 설명이다. 
 
조선업 회복과 함께 거제시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 왼쪽은 거제의 서쪽 장평동에 있는 삼성중공업, 오른쪽은 섬 동쪽 옥포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 김창경 기자>
 
 
거제시 부동산 시장이 조용하고 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곳의 중개업소들은 “이미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외지 투자자들이 많이 샀다”고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비규제 지역이라서 세 부담이 덜해 다른 지역 투자자들이 많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실거래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호가도 상승폭이 컸다. 일부 단지에서는 매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거제도는 큰 섬이지만 아파트 시장을 기준으로 구분한다면 삼성중공업 주변 고현동, 수월동, 장평동 권역과 대우조선해양 부근의 옥포동, 아주동 권역,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상문동(상동동, 문동동)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도 거제도 대장이라 부를 수 있는 단지는 수월동에 있는 거제자이다. 굳이 따지자면 삼성중공업이 있는 장평동 옆 고현동 옆 수월동, 거리상으로 4㎞나 떨어져 있는데다 2008년에 입주한 13년이나 된 구축인데도, 1492세대 대단지, 수월초교를 품은 ‘초품아’, 학원가 등이 조성된 환경이다 보니 아직도 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는 거제신현두산위브, 거제수월힐스테이트를 비롯해 안쪽으로 많은 아파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114㎡, 117㎡, 137㎡, 167㎡, 209㎡ 등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114㎡형과 137㎡형의 시세가 1000만~2000만원에 불과하다. 
 
이곳의 시세도 작년 말부터 거래가 급증하며 뛰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당시 실거래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3억원 초반부터 3억4000만원 사이에 주로 형성돼 있다. 지난 8월의 실거래 최고가는 3억8000만원. 500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서울에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3억원을 기준으로 잡으면 20%를 넘나드는 상승률이다. 현재 호가는 3억원 후반에서 4억원대까지 나와 있다. 
 
시세가 올랐는데도 전세가가 2억원대 중후반이어서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구축 아파트임에도 아직까지 '거제 대장'으로 불리는 수월동 거제자이. <사진/ 김창경 기자>
 
거제자이는 수월초등학교와 맞닿아 있는 '초품아' 단지다. <사진/ 김창경 기자>
 
수월초등학교 건너편 거제수월힐스테이트 거제신현두산위브 아파트도 인기 있는 단지들이다. <사진/ 김창경 기자>
 
 
하지만 거제자이가 갖고 있는 ‘대장 아파트’의 지위는 머지않아 e편한세상 유로아일랜드(이하 유로아일랜드)가 이어받을 전망이다. 
 
유로아일랜드는 거제시와 DL이앤씨 등이 참여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빅아일랜드 in 거제)의 일환으로 조성된 간척지에 34층, 7개동으로 건설 중인 1049세대 아파트다. 2019년 11월에 분양했으며 당시에는 미분양 물량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정리됐고 내년 7월 입주를 앞두고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전용면적 84㎡형으로 가장 비싼 분양가가 확장 포함 3억6880만원이었는데 현재 분양권 프리미엄이 일부 저층은 8000만원, 높게는 1억5000만원까지 붙어서 거래된다. 더해서 약 5억1000만원이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중도금은 무이자(대출)로 4차까지 들어간 상태로 지금 분양권을 사려면 이미 납입된 계약금에 프리미엄 더한 1억8000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며 “잔액은 나중에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엔 그 옆자리에 유로스카이가 공급됐다. 2년 사이 전국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고 조선사들에 숨통이 트인 데다 초품아 단지라는 데 자신감을 얻었는지 DL이앤씨는 유로스카이의 분양가를 크게 높였다. 전용 84㎡형 최고 분양가가 4억3000만원까지 뛰었다. 확장비용(1440만원)을 포함하면 4억4440만원이다. 지역에서는 비싸다는 평가가 많아 일부 미분양도 나왔으나 금세 소화됐고 지금은 7000만~1억원 정도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두 단지의 시세가 워낙 높다 보니 전체 거제시 주민들도 ‘유로 형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이들이 시세를 끌고 가야 다른 지역 가격도 오를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유로스카이 분양권을 매입했다는 한 지역주민은 “조선회사 연봉을 감안해도 여기 분양가는 솔직히 부담스러운 수준인 게 맞는데 상징성 때문에라도 유로스카이나 유로아일랜드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실수요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자이 인근 중개업소에서도 “일부 여기 주민들도 당첨돼서 저쪽(유로아일랜드)으로 이사 나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내년 여름 입주를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인 e편한세상 거제유로아일랜드. 빅아일랜드에 포함돼 있다. 멀리 보이는 두 동짜리 단지가 거제유림노르웨이숲이다. <사진/ 김창경 기자>
 
지난 5월 분양을 마친 e편한세상 유로스카이. <사진/ 김창경 기자>
 
유로 3차 분양 예정지 너머로 삼성중공업이 보인다. <사진/ 김창경 기자>
 
삼성중공업 인근의 핵심 단지가 이들이라면 대우조선해양 쪽에서는 옥포 엘크루랜드마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에 입주한 6년차 단지로 가파른 언덕에 자리해 도로변에서 1~4층으로 보이는 상가 위에 4동으로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다. 365세대에 불과한 작은 단지가 이 지역 대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비교적 신축인데다 롯데마트 효과, 무엇보다 단지 뒤편의 국제학교 영향이 크다. 국제학교 덕분에 거제 조선회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단지 안에서 외국인 가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로 인해 동네 분위기가 외국인 성향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 ‘옥태원(옥포+이태원)’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부동산 거래에서도 나타난다. 임차 형태 중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렌탈 수요가 많다. 그래서 엘크루랜드마크는 외지인이 선호하는 투자후보인 동시에 투자물건을 찾기가 만만찮은 단지다. 최근 갭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시세가 오른 것도 눈에 띄지만, 전세 끼고 살 수 있는 물건이 귀해졌다. 외국인 세입자가 사는 집은 집 구경하기도 어려운 데다 매매가 전액을 다 치러야 하는 부담도 있어서다. 
 
엘크루랜드마크의 전용 84㎡형 시세는 올 1월까지 3억원을 밑돌다가 현재 3억4000만~3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전세가는 이보다 1억원 정도 낮다. 
 
엘크루랜드마크에서는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보니 내달 이 옆에서 분양하는 거제반도유보라에도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292세대 작은 단지지만 요즘 분위기를 감안하면 흥행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과 투자자들은 엘크루랜드마크를 먼저 찾지만 현지 주민들이 선호하는 단지는 거제의 신도시에 해당하는 아주동에 많다. 대우조선해양도 가깝고 시세도 비교적 저렴하다. 
 
이중 지역 건설사인 덕산토건이 지은 덕산아내프리미엄은 단지 입구에서부터 어린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젊은 부부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1~3차 단지로 구성돼 있으며 2012년 12월에 가장 먼저 입주한 덕산아내프리미엄1차가 최고 15층, 630세대다.
 
시세는 1차와 2차가 비슷하다. 전용 84㎡형 호가가 2억원대 중반이다. 저층은 2억원대 초반도 있다. 최근의 실거래가는 2억3000만원 수준이다. 전세가격도 1억7000만~1억8000만원 정도여서 투자하기에도 부담이 크지 않다.  
 
옥포동 거제엘크루랜드마크. 규모가 크지 않은 단지이지만 롯데마트가 입점한 도로변 주상복합이라서 눈에 확 띈다. 뒤편에는 거제국제외국인학교, 길건너 맞은편에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있는 '스세권', '맥세권' 아파트다.

거제의 신도시 아주동에 위치한 덕산아내프리미엄. 1~3차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2차 단지.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활기찬 곳이다. <사진/ 김창경 기자>
 
거제도의 잘록한 허리 서쪽과 동쪽에 주요 아파트들이 모여 있지만, 그 중간쯤에도 눈여겨 볼만한 지역이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잇는 14번 국도의 중간쯤에 있는 상동동이다. 평지에서 산기슭으로 완만하게 올라가는 지형에 자리 잡은 아파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멀리서 보면 주변에 변변한 편의시설이 보이지 않는 섬 같은 곳인데, 고현이나 옥포 어느 쪽이든 출퇴근하기엔 멀지 않은 곳이어서 아파트촌이 형성됐다. 
 
상동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KTX거제 때문이다. 김천과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사업에 따라 KTX 거제역이 생길 예정인데 유력한 후보지 중 한 곳이 바로 여기다. 정확하게는 상동동 아파트촌 입구에 펼쳐진 농지가 후보지다. 해양플랜트 단지를 추진 중인 사등면 사곡리(삼성중공업 인근)와 경쟁 중인데 현재로서는 상동동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 분석이다. 
 
물론 KTX 역사가 들어선다고 해서 상동동 산기슭 아파트에서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분양한 더샵거제디클리브는 가능하다. 다른 아파트들과 달리 평지에 가깝고 후보지와도 가깝다. 1288세대로 규모도 큰 편이다. 전용면적 84㎡형 분양가는 4억원에 육박했다. 
 
상동동 꼭대기 벽산솔렌스힐2단지 앞에서 내려다본 전경. 왼쪽이 거제더샵블루시티, 오른쪽이 벽산솔렌스힐1단지다. <사진/ 김창경 기자>
 
최근 분양을 마친 상동동 더샵거제디클리브. KTX거제역이 상동동에 들어설 경우 도보권 아파트가 된다. <사진/ 김창경 기자>
 
KTX거제역 후보지 중 한 곳. 멀리 산을 배경으로 상동동의 아파트 단지들이 보인다. <사진/ 김창경 기자>
 
한편, 서울 등 외지의 투자자들은 이들 대표 단지 외에도 공시지가가 1억원을 밑도는 구축 소형 아파트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세 규정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현주공아파트가 1년 사이 급등했고 장평주공도 뒤따라서 2배 가까이 뛰었다. 이들의 시세가 1억원을 훌쩍 넘어서자 후발주자로 옥포혜성, 삼도로얄 등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들은 20~30년 된 구축 아파트라는 점 때문에 재건축 이슈까지 더해져 전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중반 공급 과잉으로 홍역을 치른 뒤 거제시가 아파트 인허가를 크게 줄이는 바람에 당분간 새로 공급되는 물량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거제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조선업이 호황을 맞는다면 거제 아파트 시세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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