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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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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2021-08-24 06:00

조회수 : 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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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대선 경쟁이 가열되고 전선이 곳곳에서 형성되면서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 중 하나가 여론조사다. 국민이나 각 캠프가 조사결과에 촉각을 기울인다. 질의나 이의 제기,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조사결과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여론조사기관이나 언론사에 정치공세를 펼치거나, 더 나아가 음모론마저 서슴지 않는다면 얘기가 다르다. 음모라는 옷을 입히는 순간, 여론조사 응답자인 시민을 매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이하 한사연)>는 지난 16일 평소 월요일처럼 TBS-한사연 정기 주례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루 뒤인 17일, 국민의힘 최재형 예비후보(이하 후보)캠프 공보특보가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선택지 10명 중 최 후보가 제외된 것과 관련, 논평을 냈다. "거의 대부분 조사에서 4강을 형성했던 최재형 후보를 제외한 것은 이해할 수 없고 전례도 없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기관은 교통방송 TBS였다. 그 여론조사에 어떤 목적성이 있지 않은지 우려를 표한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한 마디로 사실무근이자 조사기준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사연은 지난 6월부터 전체 후보를 소속 정당이나 표방 정책에 따라 범진보-범보수로 나눠 후보적합도를 조사한 후, 각 그룹 상위 5인씩 총 10인을 골라 다음 회차 조사의 <차기대선후보 적합도> 선택지에 넣고 있다. 공평성 확보를 위해 보수-진보 동수로 상위 5인씩 배정한다.
 
최 후보는 지난 8월 6-7일 '범보수후보군' 조사에서 6위를 기록, 상기 기준에 따라 8월 13~14일 실시된 조사에서는 보수-진보그룹 상위 5인씩 포함되는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제외됐다. 보도자료가 배포되고 기사화된 16일, 최 후보 캠프 공보담당자가 문의해왔다. 최 후보 제외사유와 근거, 조사기준을 설명했다. 공보담당은 "알겠다"며 이해를 표명했으나 하루 뒤인 17일 공보특보가 "어떠한 목적성" 운운하며 공격에 나섰다.
 
최 후보 측은 "구태정치 탈피"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제외사유를 인지하고도 근거제시 없이 "어떤 목적성" 운운함으로써, 여론조사기관과 제휴 언론사의 객관성-공정성을 훼손하려 했다. 무책임한 행위다. "탈피하겠다"고 공언해온 구태정치와 뭐가 다른가. 최 후보 대선 출마선언(8월4일) 두 달 전부터 적용해온 기준인데, 조사 도중 특정인 때문에 기준을 바꾸란 말인가. 언어도단이다. 기준을 그때그때 바꾼다면 생명과도 같은 공정성과 객관성, 신뢰를 내팽개치는 것이다.
 
'지지율 등락은 병가의 상사'거늘, 밀려서 조사대상에 들지 못했다고 공정성을 문제 삼는 게 타당한가. 이게 최 후보가 강조하는 공정인가. 한사연이 상기 조사기준을 적용한 6월11일 조사 이후, 그룹별 후보군 설문에서 5위 밖으로 밀려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제외된 후보는 현재까지 총 6인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한사연조사결과서를 통해 누구든 확인 가능). 그러나 제외된 후보 중 "어떤 목적성" 운운하며 음모론을 제기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럼, 최 후보 캠프는 과연 한사연의 이같은 조사기준을 몰랐을까. 한사연은 상기 조사기준을 지난 6월 이후 매주 발표하는 보도자료에 명시하고 있다(요즘은 일반 시민도 보도자료를 찾아보는 경우가 많아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 후보 캠프는 기초자료인 보도자료조차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만일, 보도자료는 꼼꼼히 읽어와 조사기준을 알고 있었다면 더 큰 문제다. 그간은 가만히 있다가 자기 후보가 조사대상에서 한 주 빠지자 "어떤 목적성" 운운하며 공격했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특정후보를 위해 조사기준을 바꾸라"는 말 아닌가. 논평 명의자인 공보특보의 과잉충성이거나 "일하고 있다"는 내부 증명용인지는 모르나,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일단 던지고 보는 음모론'이야말로 청산 대상이다. 여러 미담을 통해 휴머니티를 상징처럼 내세우는 최 후보가 추구하는 정치가 과연 이런 것인지 반문한다.
 
비단 최 후보 캠프뿐이랴. 자파에 안좋게 나오면 비난하는 감탄고토나, 후보단일화 근거로 삼으면서도 다른 편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거야 말로 자기모순이다. 시민들은 근거없는 정치공세를 '정치판의 더러운 기술'로 간주, 지양 목록 1호로 꼽은지 오래다. "못된 것부터 배운다"는 속담, 겸허하게 돌아볼 일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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