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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직통연락선 단절 안타까워…개성공단 기업인, 대리 운전으로 연명”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2021-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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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남북 직통연락선이 재개됐을 때만 해도 뭔가 희망을 가졌었다. 획기적으로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상실감이 크다.”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사무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최근 복원됐다 다시 단절된 남북 직통연락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남북 직통연락선은 지난달 27일 전격 복원된 바 있다. 당시 직통연락선 재개는 단절된지 13개월만이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사이에선 남북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 10일 한·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되면서 직통연락선은 다시 불통이 됐다. 직통연락선이 재개된지 약 2주만의 일이었다. 단기 단절일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직통연락선은 현재까지 끊긴 상황이다.
 
이 회장은 “북한에 있는 근로자가 5만명 정도 되는데 이들을 위한 마스크 100만장을 보내려고 통일부에 얘기도 해놓은 상황이었다”면서 “얼마든지 준비해서 더 보낼 수도 있고 직통연락선으로 전달을 부탁해놨었는데 이뤄지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폐쇄 조치가 내려진 이후 아직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전체 입주기업 123개사 중 20개사는 폐업 직전에 몰려 있고 5개사는 이미 폐업했다. 그동안 입주기업인 4명은 스트레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했다.
 
일부 입주기업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트남으로 진출해 사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덮치면서 또 다른 악재를 맞닥뜨려야만 했다. 이들 기업은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다시 귀국 길에 올라야만 했다.
 
이 회장은 “입주기업인들 중엔 대리 운전 기사를 하거나 중국에서 미술품을 갖고 와서 파는 방식으로 생계를 연명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정부에서는 아무런 지원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협회는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미국에 로비스트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우선 북미 간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남북 관계도 풀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는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20만달러를 들여서 미국 유명 로비스트를 고용했고 현재는 1차 단계이고 상황이 진전되면 2차, 3차로 진행이 될 것 같다”면서 “이런 것도 사실 정부가 도와줘야 하는 부분인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기업인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두고 온 시설·기기 등에 대해 관련 피해 규모를 78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5500억원은 입주기업들의 보험금과 유동자산으로 이미 지급이 됐지만 나머지 2300억원은 아직 미지급 중인 상태다.
 
이 회장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조사했을 때는 피해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정부가 지원해준 5500억원에는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할 보험금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2300억원 만큼이라도 신속하게 지급됐으면 좋겠다”고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협회는 현재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통일부와 한 달에 한 두 번 만남을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다만 개성공단 재개가 현실화 되기 위해선 우리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 회장은 “개성공단은 우리 정부가 먼저 문을 닫은 것인 만큼 다시 열려면 우리 정부가 먼저 재개 선언을 해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만 한다면 입주기업들은 언제든 올라갈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폐쇄 상황이 길어진다면 나중에 남북 경협이 확대됐을 때 어느 기업이 먼저 나서서 북한으로 가겠다고 하겠느냐”며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 동시에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다. 하루 빨리 개성공단이 재개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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