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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차기태의 경제편편)B2C정책의 실패

2021-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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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도입된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흘렀다. 그 사이 법의 기대 효과와 달리 전셋값이 무섭게 뛰어올랐다.
 
지난달 27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법 시행 1년 사이에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억3000만원 넘게 올랐다. 법 시행 전 5억원이 채 안 됐으나 6억3000만원까지 높아졌다. 직전 1년 동안에는 3568만원 상승에 그쳤으나, 임대차3법 시행 후 3.8배 높게 뛰어오른 것이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 갱신하기는 쉬워졌다, 이 법의 유일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부담스럽다. 그나마 구하기도 어렵다. 그 틈에 반전세나 월세만 늘어난다.  
 
전세 계약을 갱신해 기존에 살던 집에 계속 사는 경우라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2년이란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가 버린다. 그 다음에 다시 전세를 구하려고 할 경우에는 훨씬 더 오른 전셋값을 치러야 한다. 그나마 물량이 충분할지도 의문이다. 이래저래 무주택자의 시름이 깊어졌다. 한마디로 임대차 3법으로 말미암아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임대차법은 불특정다수를 규제하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법이다. 요즘 용어를 빌리자면 B2C법이다. B2C법은 제정과 시행에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부작용 방지대책까지 세워져야 한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그리스 신화의 외눈박이 폴리페모스처럼 한 가지 잣대만을 들이대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임대차 3법의 경우 법의 적용대상이 무차별한데도 불구하고, 그 흔한 공청회도 열리지 않았다. 주건안정을 명분으로 전광석화처럼 처리됐다. 주거안정에 과연 유익한지, 수급에 악영향을 끼칠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진행될 수가 없었다. 
 
이에 비해 B2B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대상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법이 제정되어 올해 6월 30일 시행되기 시작했다. 법의 적용대상은 자산규모가 5조원 넘는 비지주 금융그룹이다. 현재는 삼성·현대차그룹 등 6개 그룹이 대상이다. 
 
이런 대기업은 법의 시행에 맞춰 나름대로 대비하고 당국의 요구를 수용한다. 당국으로서도 이들 그룹만 설득하거나 유도하면 된다. 대상 그룹이 법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길 수는 있다. 그렇지만 함부로 그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적응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마찬가지이다.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이기에 적용대상이 한정돼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에 비하면 훨씬 넓지만, 전국민을 규제대상으로 삼은 임대차법에 비해서는 제한적이다.
 
이런 법을 시행하면서 다소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틈틈이 나온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적응해 가려 한다. 따라서 법의 시행 효과나 부작용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부작용이 나타날 때 정부와 업계의 대화를 통해 완화하기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일반적으로 그 어떤 법을 제정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경우 계도기간을 주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삼는 법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완전히 거꾸로 됐다.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은 법의 공포 후 6개월이 지나 시행되기 시작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법 제정부터 시행까지 상당한 준비기간을 뒀다. 반면 임대차법은 법의 공포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중간에 계도기간이니 준비기간이니 하는 것은 없었다.  
 
이제 임대차법 시행 결과가 어떠한지는 어느 정도 드러났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실패라고 해도 옳을 듯하다. 야당에서는 이미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연 이 법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끌고 가려면 부작용을 해결할 보완 대책이라도 제시돼야 하지 않을까?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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