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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토마토칼럼)누구도 혐오할 자격은 없다

2021-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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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전직 법무부 장관의 부인을 비하한 혐의로 유튜버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피해자는 한쪽 눈을 다쳐 영장심사와 공판기일 등으로 법정에 출석할 때 안대를 했는데, 이들 유튜버가 약 4개월 동안 유튜브 방송에서 그 모습을 퍼포먼스 방식으로 보여줬다는 것이 검찰이 모욕 혐의로 기소한 주된 내용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조롱하는 것은 법으로 처벌받기에 앞서 인륜을 저버린 행위다. 장애를 포함한 한 사람의 신체적 특성, 인종, 성별,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돼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비하를 넘어 혐오에 가까운 행위들이 최근 들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진행되는 하계올림픽 중 양궁 종목에서 3관왕을 차지한 한 여자 선수가 극단적 페미니스트란 공격을 받았다. 그 선수가 과거에 발언한 단어가 남성을 혐오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과연 어떤 단어이길래 검색을 했지만, 도대체 그 누가 그 단어가 남성을 혐오한다고 규정했는지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선수의 머리 모양이 이른바 '숏컷'이란 것도 공격을 받는 또 다른 이유였다. 언론이 기사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끼워 넣은 것일지는 몰라도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아직도 그러한 전근대적인 사고가 있다는 것은 어디에서 그 연유를 찾아야 할지 정말로 참담하다. 설사 그 선수가 페미니스트라고 하더라도 누구도 혐오할 자격은 없다. 
 
정부 부처 중 여성가족부도 야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격을 받았다. 여성가족부가 남녀갈등을 조장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인사들의 주장이다. 앞서 거론한 양궁 선수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 그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하면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단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고 말해주고 싶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내 상장법인의 여성 임원 비율은 5.2%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수치만으로 모든 현황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성 문제가 이전보다 해결됐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 인사들의 말마따나 우리의 여권이 많이 신장했다고 치자. 우리의 가족 문제는 어떠한가. 대부분 가족이 화목해 국가의 보호는 필요 없는 상황인가. 여성가족부란 단어를 다시 보라. 
 
혐오를 방치하는 것도 혐오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그러한 혐오를 개인이 막을 수 없다면 국가가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 의무를 부정하는 것은 무책임하거나 악의적이다. 
 
누군가에 대한 혐오는 결국 학대 또는 가학과 다름없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란 저서에서 가학성 성향이 있는 사람도 그 대상을 의존한다고 말한다. 가학을 행하는 사람도 상대가 있어야 하고, 공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가학성 또는 피학성 성향을 거론하면서 나치즘의 도래로까지 연결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반대로 그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볼 수 있게 됐다는 가학성 성향의 개념을 지난 1941년에 낸 저서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그 개념은 70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에서 너무나도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사례로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 안에서 공존해야 하는 존재다. 모두가 혐오 없이 공존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해훈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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