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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수

(영상)"1주 받으려다 5주나"…크래프톤 투자자 좌불안석

"공모가 비싸서 최소 물량 넣었는데…14주 받아서 당황"

2021-08-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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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크래프톤 공모주 투자에서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한 일반 투자자들이 웃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시장 기대보다 저조해서 돌아온 물량인데다, 상장 이후 주가 상승 기대감이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청약 흥행 참패에 중국발 규제 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상장 후 주가 흐름에 대한 투자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 증권사에 최소 증거금 249만원을 청약한 일반 투자자들은 4~5주의 크래프톤 공모주를 배정받았다. 1주도 건지기 힘들었던 과거 대어급 청약과 비교하면 '성공적'인 물량 확보다.
 
하지만 크래프톤 청약자들 사이에선 생각보다 많은 배정 물량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3사 중복 청약을 통해 총 14주를 받은 30대 초반의 A씨는 "평소 공모주에 관심이 많아서 눈여겨보고 있긴 했지만 크래프톤은 공모가가 높아서 최소 수량(증거금 700여만원)만 청약했다"며 "그런데 생각보다 경쟁률이 낮아서 15주나 받게 돼 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평소 공모주 투자 때는 한주라도 더 받으려고 했는데, 이번엔 한주만 받으려다 5주나 됐다"는 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으며, "4주나 받아서 당황스럽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크래프톤 청약자들이 200여만원 투자로 4~5주까지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경쟁률이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날 마감된 크래프톤 일반 청약에는 증거금 5조원이 모여 통합 경쟁률 7.8대 1에 그쳤다.
 
이전 대어급 청약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일반 청약에 63조6000억원의 증거금을 모으며 최소 증거금을 넣어도 한주도 배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청약이 몰려 균등배정을 해도 0주 또는 1주를 나눠줬기 때문이다. 증거금 81조가 몰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 때는 청약계좌 절반이 공모주 1주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청약 결과에 '흥행 참패'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공모금액 4조3000억원의 IPO 초대어급임에도 불구하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2조2000억원)와 SK바이오사이언스(1조5000억원)와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증거금에 그쳤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청약 증거금 5조는 어떤 수준?…올해 50개 기업 중 24위에 불과
 
코스닥 상장사들까지 통틀어도 크래프톤은 올해 공모를 진행한 50개 기업 중 청약 증거금 규모가 24위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청약을 실시한 원티드랩(5조5000억원)과 비슷한 시기의 HK이노엔(29조원), 큐라클(10조3000억원), 맥스트(6조3000억원) 등에도 못미치는 성적표다.
 
투자자들은 청약률 부진이 상장 이후 주가 추이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공모주 수익률이 일반청약 경쟁률이 높을수록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듯, 청약 흥행 정도가 이후 주가 추이에도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을 두고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일어난 점 역시 부담이다. 크래프톤은 금융감독원의 제동에 한차례 공모가를 하향 조정했다. 수요예측 당시에도 공모가 상단 초과로 가격을 제시한 기관은 24.2%에 불과했지만,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49만8000원에 결정됐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도 약 41.5%다. SK바이오사이언스(25.6%), SK아이이테크놀로지(24.0%), 카카오뱅크(27.0%)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상장 직후 매물 출회 우려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소 높은 구주 매출 비중(35%)도 불안감을 키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주 매출은 직접적으로 기업의 현금 유입 요소가 되지만, 구주 매출은 투자금 회수의 성격이 강하며 구주 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주가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게임규제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청약 당일 세계 최대 게임 시장 중국에서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터지면서 전세계 게임주들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국 규제 소식이 당장 게임주들에 영향을 미치고는 있지만 크래프톤 상장 전까지 상황이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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