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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영상)공급 없는 대출 완화, 집값만 띄웠다

서울 6억 초과 9억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 증가

2021-08-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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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공급 없는 대출 완화가 결국 집값을 띄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LTV) 우대를 받는 가격 구간을 상향하고 우대 비율도 높이면서, 혜택 범위에 새로 들어간 구간대의 거래량이 전달보다 늘었다. 반면, 기존의 우대 혜택 범위였던 구간대는 거래량이 줄면서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체결된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2096건이었다. 이 중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구간대의 매매거래는 700건으로 나타났다. 약 33.4%다. 이는 전월보다 높아진 수치다. 6월에는 서울 매매 전체 3967건 중 6억~9억원 거래는 1232건으로 31%였다.
  
반면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감소했다. 7월에는 6억원 이하 매매가 526건으로 25%를 기록했다. 6월에는 1117건, 28%로 집계됐다.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거래비중은 줄어든 대신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증가한 것이다.
 
전반적인 집값 상승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시행된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이 수요를 자극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민심을 달래고자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단기 공급책 없이 수요만 자극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뛰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서민·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우대 혜택을 개선했다. 기존에는 LTV 가산폭이 10%포인트였으나, 지난달부터는 20%포인트로 우대폭이 커졌다.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 가격 기준도 완화했다. 6월까지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만 대출 완화 우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는 9억원 이하로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서울시 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제도가 바뀐 7월부터 6억원을 초과하는 실거래 사례가 나오는 단지도 다수다. 
 
성북구에서는 ‘정릉풍림아이원’ 단지의 전용 59㎡ 매물이 7월 들어서 6억1700만원, 6억1400만원, 6억900만원 등 6억원을 넘기는 가격에 거래됐다. 이 단지의 해당 면적대에서는 지난 5월까지 6억원을 넘은 거래가 나온 적이 없다. 6월에 처음 6억원대로 가격이 올랐으나, 규제 완화 전 조건인 6억원에 딱 맞춰서 거래됐다. 규제가 풀린 7월 들어 6억원을 초과하는 거래 다수 나온 것이다.
 
도봉구에서는 ‘신동아아파트2’ 단지의 전용 84㎡ 면적대 매물이 7월 들어 6억1500만원에 매매됐다. 이 단지의 해당 면적대는 6월까지만 해도 6억원에 맞춰 거래됐으나 7월 들어서 6억원을 상회하는 가격에 거래됐다.
 
노원구에선 ‘주공5’ 아파트 전용 44㎡ 매물에서 6억원을 초과하는 거래 나왔다. 이 단지의 해당 면적대는 5월 5억6000만원에 매매됐으나 7월 들어 6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두 달 새 9000만원 뛴 것이다.
 
6억원 이하의 거래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 상승 분위기를 바꿀 유력한 변수가 없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인상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란 관측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LTV 우대 기준이 완화되면서 수요를 자극해, 새로 혜택 범위에 들어간 가격대의 주택 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이라며 “신규 공급이 충분히 되지 않는 한 6억원 아래의 주택은 더 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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