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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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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국뽕’에 숨은 혐오

2021-08-02 06:00

조회수 : 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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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 많은 올림픽도 다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기어코 도쿄올림픽 개막을 강행한 것 자체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일이었지만, 우리에겐 성화봉송 지도에 독도를 의미하는 점 하나를 찍어놓은 것부터가 무슨 사전예고처럼 느껴졌다. 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 플래카드와 욱일기, 한식도시락, 후쿠시마 꽃도라지 등 냉랭한 한일 관계는 올림픽이 열리기도 전에 여러 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도쿄올림픽 개막 후엔 일본의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가 존재감을 과시했으며 선수촌에서는 골판지 침대가 주인공이 됐다. 남은 절반의 올림픽 기간 동안 또 무슨 논란거리가 튀어 나올지 감도 못 잡겠다. 부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열도에서 전해지는 이슈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치는데 거기에 우리나라에서까지 굳이 기사거리를 보태서 전 세계에 타전하고 있다. 
 
개막식 중계방송에서 참가국 소개 사진으로 MBC가 대형 사고를 터뜨리더니 이젠 숏커트 헤어스타일을 한 국가대표, 더구나 올림픽 영웅의 표식인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건 우리 선수에게까지 혐오발언을 퍼붓고 있으니 폭염에 복장이 터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자국 선수에게도 이런데 우리나라와 상대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에겐 어떻겠는가? 혐오가 일상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일본 선수에겐 더더욱.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화합의 장이다. 어느 나라에서 개최하든, 어떤 상황에서 치러지든 올림픽은 늘 그랬다. 하지만 유독 우리 (일부)국민들은 이번 올림픽을 혐오의 장으로 만들고 싶은가 보다.
 
사실 올림픽 방송을 볼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방송 3사가 경쟁하듯 강도를 높이는 ‘국뽕’ 중계 때문이다.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편파 중계 정도로 생각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깎아내리는 방식의 편파 방송이 만연하다. 
 
축구 중계를 하는 캐스터가 우리 선수와 엉켜 넘어진 상대 선수를 험담하자 해설자는 고의가 아닌 것 같다고 코멘트한다. 쉬는 시간 “국뽕 중계를 하는데 그러면 어떡하느냐”고 지적하는 장면을 웃긴 에피소드처럼 다시 보여준다.  
 
혐오까진 아니라서 상관없을까? 그렇다면 한일전 중계는 어떨까? 일본과 경기했던 중계방송을 두어 번밖에 보지 못했으나 분명히 다른 나라와 경기할 때 쓰는 용어, 표현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최근 방영 중인 ‘라켓소년단’이란 슴슴한 드라마가 있다. 전남 해남의 중학생 배드민턴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 한일전을 치른 회차가 있다.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감독과 코치의 독려에 어린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고 이겼다. 코치진은 승리에 흥분했지만 경기를 끝낸 아이들은 “평소처럼 열심히 했을 뿐 우리끼린 친하다”고 말한다. 머쓱해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5년 만의 올림픽인데 국뽕에 취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뽕이라 뭉뚱그린 표현 안에 혐오와 적개심이 자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일본의 국민들도, 우경화된 교과서를 학습하는 아이들도 그렇게 혐오를 쌓아갈 것이다. 서로를 향한 날선 말을 쏟아내는 미국과 중국도 다르지 않다. 
 
이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땀 흘리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다가 걱정을 사서 하고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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