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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정비하다 귀국 늦은 대한항공, 손해배상 책임 없어"

2021-07-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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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여객기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고장 나 귀국이 늦어졌다면 항공사가 손해배상 할 필요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박강민 판사는 A씨 등 72명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장치 결함은 피고의 실질적인 통제를 벗어난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기인한 것"이라며 "피고는 장치 결함을 발견한 후에 승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 역시 모두 이행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8년 10월 19일 오후 7시 40분쯤 대한항공 여객기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을 출발해 약 17시간 15분을 비행한 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대한항공 정비팀은 출발 시간 30분 전 기체에 뜬 경고 메시지를 봤다. 창문 표면에 성에나 안개가 차지 않도록 열을 전하는 'WHCU' 장치가 두 대 설치돼 있었는데, 조종실 중앙 왼쪽 창과 오른쪽 측면 창 온도를 통제하는 한 대에서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오후 8시 30분쯤 항공기 지연 출발시각이 다음날 오후 5시로 정해졌다고 A씨 등에게 통지했다. 이후 인천 국제공항에서 새 장치를 긴급 공수해 다음날 오후 3시 2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여객기에 설치했다. 여객기는 이날 오후 5시 10분에 출발해 다음날 10시 30분 한국에 도착했다.
 
이에 A씨 등은 대한항공이 정비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대비 못해 21시간 30분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청구액은 한 사람당 90만원이었다. 
 
A씨 등은 '국제 항공 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 19조 전문에 따라 지연출발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협약 19조 전문은 "운송인은 승객·수화물 또는 화물의 항공 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또 항공기 지연 출발로 승객의 일정이 갑작스레 지연·취소돼 업무에 지장이 생겨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승객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모두 취했으므로, 관련 협약 19조 후문에 따라 책임이 면책된다고 맞섰다.
 
협약 19조 후문은 "운송인은 본인·그의 고용인 또는 대리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했거나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승객의 정신적 손해는 협약에 따른 배상 대상도 아니고, A씨 등이 정신적 손해 등을 입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대한항공이 협약 19조 후문에 따른 면책 사유가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이 항공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했다고 판단했다. WHCU 장치 고장 원인은 항공기 제작사가 알 수 있을 뿐, 매뉴얼대로 정비해온 항공사가 쉽게 알 수는 없다고 봤다. 정비 매뉴얼상 WHCU는 실시간으로 내부 결함을 자체 모니터하게 설계돼, 별도 정비 대상으로 지정되거나 점검 사항에도 없었다.
 
항공사 임의로 장치를 열 경우 품질 보증 등 사후 수리 서비스를 못 받는 점, 주기적인 개봉으로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구조인 점, 항공사가 매뉴얼대로 다양한 조치를 취한 점, 제작사 확인 결과 실제 장치 결함 없이 내부 회로 오류로 기계 결함 메시지가 나타난 점 등도 판단 근거였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의 후속 조치 과정에서 승객 피해 방지 노력도 충분했다고 봤다. 대한항공이 국토교통부 기준에 따라 탑승객 안전을 위해 WHCU를 교체했고, 당시 공항 내 남은 부품이 없어 인턴에서 긴급 공수한 점 등이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했다.
 
또 대한항공이 사건 당시 게이트에 대기하던 승객 약 350명에게 수차례 출발 지연 사실을 알렸고, 식음료와 호텔 객실, 교통편 등을 제공하는 데 8400만원 가량을 들이는 등 피해 방지 노력에 문제가 없었다고 봤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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