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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토마토칼럼)낡은 일본에서 울리는 경보음

2021-07-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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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이 한창이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로 불리지만 이번만은 그렇지 못한듯하다. 개막 전부터 삐걱거렸던 도쿄 올림픽은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선수촌 시설에 대한 강한 불만이 쏟아졌고 '골판지 침대'는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일부 일본 선수단이 선수촌이 아닌 별도의 숙박시설에서 머무른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야외 수중 경기가 열리는 도쿄 오다이바 해변의 수질 문제에 대한 지적도 계속된다.
 
선수와 대회 관계자의 코로나19 확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선수촌이 거대한 '슈퍼전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 40여년간 알았던 일본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허술하고 비상식적인 코로나19 대응을 보면서 설마 했던 생각은 도쿄 올림픽을 통해 확신이 됐다.
 
과거사와 관련해 시종일관 억지를 부린 것을 제외하면 일본은 오랜 시간 선망의 대상이었다. 무엇보다 1990년대 한국축구를 이기기 위해 10여년 후를 목표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일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얄미울 정도의 치밀함과 꼼꼼함을 바탕으로 철저한 준비를 하는 모습이 그들을 우러러보게 했다.
 
학창 시절 늘 함께했던 일본 브랜드의 필기구와 음향기기가 갖추고 있던 세련된 디자인과 앞선 기술, 우수한 품질 그리고 여가를 가득 채워준 탄탄한 구성의 만화와 어느새 매료되는 음악에 대한 경험도 '선진국 일본'이란 인식을 강화했다. 일본이 수해와 같은 재난 대응의 교과서로 방송에서 자주 소개된 것도 한몫했다.
 
수십년간 쌓인 경험과 이미지가 허상은 아니다. 일본은 분명 우리보다 앞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경제 규모를 제외하면 앞선 것을 찾기 힘들다. 코로나19 대응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현시점에서 경제와 관련한 각종 지표도 우리가 낫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이미 일본 경쟁사를 넘어섰거나 위협하고 있고 전 세계적 케이팝 열풍에서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보다 월등했던 일본의 경제, 기업, 문화가 대등하거나 낙후된 수준이 된 이유는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제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가 울려 퍼진 것이 보여준다. 정치 권력의 사고가 60~70년 전이란 먼 과거에 머물면서 발목을 잡으니 사회 전반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정체·후퇴한 것이다.
 
강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도쿄 올림픽을 강행한 것은 일본 정치 권력이 국민과 동떨어져 있고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G7 정상회의에서의 '외톨이 스가', 군함도 역사 왜곡으로 인한 망신은 일본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추락했음을 드러낸다.
 
일본과 반대로 우리는 여느 때보다 세계무대에서의 위상이 높아졌고 기업과 사회, 문화가 선도적 위치에 올라설 상황에 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고 도취 돼서는 안 된다.
 
독재자와 그의 시대를 추앙하면서 사고가 당시에 머물러 있거나 권력을 잡기 위해 지역주의를 통한 사회 분열도 서슴지 않는 사람. 또는 보통 사람의 삶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위해 힘쓰면서 민생·개혁과제 앞에서는 머뭇거리는 인물이나 집단이 정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지금의 상황은 언제든 반전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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