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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인터뷰)"한국 반도체 미래, 인력 양성에 달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대학 정원 확대 필요"

2021-07-2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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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 양성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나 인적 차원은 여전히 부족해 앞으로 반도체 강국 유지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인력 양성을 강조했다. 그간 대기업 자본력으로 물적 자원 문제를 해결해왔으나, 인적 자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수요산업과 연계도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봤다. 국내에서 대량 생산해 해외로 수출이 가능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주문형 생산 체제인 시스템 반도체 발전을 위해서는 수요산업과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방안이 해결해야 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강국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국내외 산업·무역통상 분야를 서로 연계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에서 반도체, 일본의 성장산업, 무역조정지원, 소상공인지원 등을 연구·전공하고 있다. 
 
2년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작전이 실패했다. 중소기업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전환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사진/김양팽 전문연구원
 
일본 수출규제가 있은지 꼬박 2년이 흘렀다. 일본의 기대와 달리 되려 불화수소 등 일부 반도체 소재의 대일 의존도가 낮아지는 성과가 있었는데 총평을 한다면.
 
일본의 작전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은 다른 정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 주요 산업인 반도체산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줘 자기들이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게 돼 우리 반도체산업에 타격을 주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의 기존 매출조차 줄어들게 됐다. 
 
그간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후발주자로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바꾸기가 힘들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로 인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확실하게 각인됐다. 더불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는 우리에게 피해를 줬다기보다는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소재와 달리 장비 부문은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많다. 자립도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면. 
 
소재는 범용소재도 많이 포함돼 있지만, 제조 장비는 특수 목적용 장비이기 때문에 원천기술이 없이는 생산할 수 없는 제품이 많이 있다. 따라서 자립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후공정 분야와 전공정 중에서도 일부 분야에서는 기술력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 장비 분야는 단기적인 접근보다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반도체 제조 기업과 제조 장비 기업의 긴밀한 협력으로 자립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100%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보나?
 
어떤 산업이든 모든 공정에서 국산화율 100%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농업조차도 종자 구매부터 비료, 농약, 농기계, 기타 부자재 등 필요한 물자를 100% 국산화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기존의 반도체 선진국들이 개발한 소재와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반도체 소부장의 100%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서라고 생각이 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로 인해 기존에 우호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부터 수급이 어렵게 된 경험을 한 이후에는 역시 소부장 100% 자립화가 필요하다고 더욱더 강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00% 국산화는 어렵고 효율성도 떨어지리라 생각된다. 반도체 제조공정이 500~600단계인데 그 과정에 들어가는 소부장의 가짓수는 수천 종류가 넘는다. 최첨단을 요구하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그 모든 제품을 우리 기업들이 그것도 최고의 품질의 제품을 모두 생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현재 우리가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을 모두 개발한다면 걸리는 시간과 투입되는 자본 등은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적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소부장의 100% 국산화보다는 결정적인 품목에 대해서는 최소한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술 및 제조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본이 불화수소를 꼭 집어서 규제를 강화했듯이 100% 해외 의존, 그리고 한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공급선을 다변화하거나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 상당 기간 거주했다. 이번 수출 규제가 되려 일본에 독이 됐다는 분석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지만 일본 소부장 산업이 가진 저력은 어떤가.
 
일본은 기계, 전기, 전자 분야에서 예전부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잘 아시겠지만, 일본은 세계 대전을 벌인 국가이고 전쟁 준비를 하면서 이와 같은 분야에 대한 기술력이 매우 높아졌다. 일본은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다. 물론 일본 사회는 재벌을 중심으로 경제가 발전하면서 대기업이 발달했지만,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들도 많이 있다. 대기업이 완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소재와 부품을 만들어서 공급해야 한다. 일본의 반도체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세계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일본의 전자제품에 사용하기 위해서 다수의 NEC, 마쓰시타, 도시바 등 다양한 기업들이 반도체를 직접 만들었다. 중소기업들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를 생산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무너졌지만, 당시 성장한 제조 장비·소재 기업들은 여전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일본에 독이 되었다는 것은 이러한 중소기업들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1980년대 말부터 반도체 산업이 무너지면서 일본 중소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한 한국 기업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계는 최근까지 유지됐고 심지어 한국 시장 의존도가 90%가 넘는 기업도 있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하면서 그러한 기업들은 강제로 판매를 할 수 없게 됐다. 당연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본 내에서도 수출규제가 잘못됐다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밀 기계, 전기, 전자 등의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본 소부장의 경쟁력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소부장을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인력난이 심하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면.
 
세계 반도체 시장 자체가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우리 기업은 메모리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생산량이 매우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즉 반도체 산업에서 인력이 부족한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규모가 생산에 필요한 인적 자원 확충 속도보다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 중 일부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일반적으로 소부장 기업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심하므로 취준생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있다. 따라서 소부장 기업들은 대기업 인력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격차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며 10년간 반도체 산업인력 3만6000명을 육성하기로 했다. 대학 내 학과 정원조정, 부전공·복수전공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반도체 관련 학생의 정원은 더 많이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올해부터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을 학부 과정 10%, 석·박사과정 15% 늘리기로 했다. 반도체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가깝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리고 반도체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반도체 관련 전문인력을 더욱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위주인 국내 업계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시스템반도체는 수요산업과의 연계가 가장 중요하다. 시스템반도체는 일부 범용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주문형 생산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신기술 개발과 이를 활용하는 수요산업을 육성하면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고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팹리스 기업들 역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관련 전문인력 양성 범위를 넓혀야 한다. 반도체 설계, 제조, 소재,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도체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앞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에 가장 필요한 점이 있다면. 
 
앞서 여러 차례 강조한 인력 양성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물적 자원은 대기업의 자본력으로 해결이 되었지만, 인적 자원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반도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관련 전문인력이 더욱 많이 확보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수요산업과의 연계다. 지금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표준품으로 국내에서 대량생산해서 해외로 대부분 수출이 가능한 품목이지만, 시스템반도체는 대부분이 주문형 생산이기 때문에 수요산업이 없이는 발달하기가 어렵다. 기존의 가전제품이나 전자제품에도 물론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지만,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제품이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수요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결정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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